<지옥> 시즌2의 화제성을 견인하는 큰 인물 중 하나가 문근영 배우다. 기이한 옷을 입고 고함을 뱉어내는 그녀의 모습은 광신도 그 자체다.
이 장면을 보는 우리가 받은 충격은 단순히 강렬한 이미지나, 오지원이라는 캐릭터에 있지 않다. 이걸 소화하는 배우가 다름 아닌 문근영이라는 점에서도 오는 것이다. 문근영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와, 눈앞에 펼쳐진 장면 사이의 괴리가 우리의 머리를 먼저 치고 들어온다.
그러니까 광기 어린 오지원을 연기하는 배우가 한때 <어린 신부>(2004)로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귀여운 소녀였다는 점을 <죄인> 시즌2는 영리하게 활용한다. 아래부터는 <지옥> 시즌2에 대한 약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다.
어쩌면 <지옥> 시즌2를 보는 시청자는 두 갈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어린 신부>의 문근영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내가 설명하려는 것은 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 영화 속 그녀는 더할 나위 없이 순수하고 엉뚱하며 사랑스러웠다(이때 진짜 난리였지).
그랬던 그녀가 <지옥> 시즌2에서 보인 모습은 일차적으로, 비주얼의 측면에서 충격이다. <어린 신부> 속 모습과 괴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때 우리가 받는 충격은 드라마 속 지원의 남편 세형(임성재)이 받는 충격과 느슨하게 공명한다. 세형 역시 순수했던 자신의 아내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으로 바뀌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물론 세형은 그 이상으로 아내를 걱정하지만). 그리고 같지 않지만 비슷한 충격을 받은 우리는, 자연스레 남편 세형에게 공감하며 혼란스러운 <지옥> 속 세계에 접속한다.
너무 세게 각인된 이미지가 있다는 것은 문근영 배우에게 벗어나고픈 덫이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점이 적어도 그녀가 <지옥>의 지원을 연기하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양분이 되었다. 한 때 여리고 착한 아내였으나 일순간 돌변해서 주변에 충격을 주는 지원의 역할을 <어린 신부>를 연기했던 문근영만큼 잘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누가 있을까? 그리고 <지옥> 시즌2는 이 점을 충분히 영리하게 활용한다.
<지옥> 시즌2에는 문소리, 임성재 등 훌륭한 배우가 많이 등장한다. 그런데 정말 절묘한 캐스팅이라는 건 단순히 배우의 연기력 너머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그 배우의 필모그래피나 이미지 같은 부분 말이다. 어쩌면 오지원의 이미지도 너무 강렬해서 문근영에게 하나의 제약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배우가 한 꺼풀의 이미지를 벗고 자신의 세계를 부수며 확장하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인 것 같다. 그녀에게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