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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Nov 07. 2024

[영화글 쓰는법] 4. 목차를 만들어라

우리는 앞에서 영화글을 쓰기 위한 토대를 잘 닦아 두었다. 

언제 그랬냐고?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자, 기억이 안 나는 분들을 위한 짧은 복습. 


1.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아무 종이에나 편하게 낙서하며 영화에 대한 인상을 단어로 남긴다. 이것은 앞으로 쓰는 글의 '키워드'가 될 것이다. 

2. 함께 다루면 좋은 키워드를 서로 연결한다. 마치 종족을 나누듯 이리저리 묶어준다. 

3. 이제 여러 묶음의 키워드를 둘러보며 순서를 정한다. 어디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면 좋을까? 그 이후에는 무엇을 다루는 게 자연스러울까? 미괄식, 두괄식 등 글의 구조에 따라 핵심 키워드를 배치하면 된다. (참고 글 링크는 맨 아래 달아두었다)



자, 다음 단계다. 이제부터 우리는 종이에 쓰인 키워드를 목차로 정리한다

목차 짜기는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목차는 곧 뼈대이고, 목적지로 가기 위한 지도다. 목차가 없이 글을 쓰는 일은 정글 안에서 발길 닿는 대로 가는 것과 같다. 간혹 멋진 곳에 도착할 수 있지만 높은 확률로 미아가 되고 만다. 나는 올해 발간한 e북 '바쁜 오늘, 글 쓸 수 있을까? 바쁜 일상에서 글쓰기를 도전하고 싶은 당신을 위한 팁'에서도 목차 짜기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했다(교보문고, 예스 24, 알라딘 등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용).



목차가 튼튼한 글은 살만 조금 붙이면 금세 완성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나 중요한 목차를 쓰는 일은 사실 쉽지가 않다. 어렵기도 하지만, 하기가 느무 싫다. 귀찮다. 대체 왜 그런 것일까? 목차를 짜는 것은 내가 쓸 글의 전체를 조망하며, 핵심적인 부분을 채워 넣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목차를 촘촘하게 잘 쓰면 글을 다 쓴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로 부담 있는 작업이기 당연히 하기가 싫은 것이다. 뇌를 풀로 가동해야 하는 창의적인 작업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글을 본 당신과 나는 괜찮을 것이다. 왜냐하면 목차를 짜기 위한 기초 작업을 마쳤기 때문이다. 이미 키워드도 나왔고, 순서도 정해졌다. 우리가 할 일은 이것들을 유기적으로 정리하며 순서대로 잘 적는 것뿐이다.



먼저 종이에 적어둔 순서에 따라 키워드를 배치하며 목차를 짠다. 아마도 한 묶음의 단어는 하나의 소목차 안에 들어갈 것이다. 가장 위에는 '서론' 혹은 '들어가는 말'을 배치한다. 그다음 순서에 따라 본론, 결론 부분에 들어갈 단어를 정렬한다. 하나의 묶음 안에 들어간 단어들을 어떤 순서로 다룰지 대강 배치하면 된다.  


목차는 줄글로 정성 들여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내가 알아볼 수 있으면 그만이다. 1, 2, 3 혹은Ⅰ, Ⅱ, Ⅲ 같은 순서와 그 속을 채우는 키워드로 충분한다.



어떤가? 정말 별 거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대체 왜 이렇게 뻔한 작업을 굳이 설명하는 것일까. 별 것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역할은 크기 때문이다. 단어가 이리저리 흩어진 낙서장을 보며 쓰는 것과, 순서대로 정리된 목차를 보며 글을 쓰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혼란스러운 작가의 머리를 정돈시켜 주며, 우리의 멱살을 잡고 목적지로 인도한다. 이것이 있어야 마감 전날 새벽에 비몽사몽 한 정신으로도, 야근 후 지쳐서 잠들고 싶은 밤에도 글을 수월히 쓸 수가 있다. 글쓰기 과정을 잘게 쪼개서 쉽고 재밌게 수행하는 일은 지극히 중요하다. 그러므로 '아 정말 별 거 없네'라고 느꼈다면 성공이다.


내 경험상 이런 방식으로 목차를 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짧으면 1분, 길면 5분 정도다. 가성비 쏘우 굿. 아참, 목차를 짜는 과정에서 종이 위 단어를 빠트리지 않도록 유의하자. 우리의 소중한 영감을 놓치면 안 되니까. 어차피 글을 다 완성한 다음에 종이를 다시 보며 빠진 부분이 없는지 검토할 것이지만, 나중에 내용을 끼워 넣는 일은 꽤 귀찮으니 웬만하면 빠트리지 말자. 




※ 참고하실 글

https://brunch.co.kr/@comeandplay/1108


https://brunch.co.kr/@comeandplay/1114


https://brunch.co.kr/@comeandplay/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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