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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May 31. 2018

<미세스 하이드>에 대한 짧은 코멘트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고전 '지킬과 하이드'를 재해석했음에도 <미세스 하이드>는 두 개의 인격을 넘나드는 이자벨 위페르의 연기를 과시하듯 내세우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그저 프랑스의 어느 학교에서 기술반 아이들을 가르치는 존재감 없는 선생님 '미세스 하이드'가 우연한 기회에 감전을 당한 후 일어나는 약간의 변화들을 보여준다. 그 약간의 변화들, 미세스 하이드가 더 이상 학교에서 무시받지 않고 말릭이라는 학생이 스스로의 재능을 찾게 되는 정도의 변화가 그들이 맞는 변화의 전부다. 주변의 인물들을 태울 정도로 강력한 존재인 '미세스 지킬'이 그녀의 일상에 일으키는 변화가 고작 그 정도라는 낙담이야말로 이 영화가 말하고픈 우울한 고백일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풍경에는 기술반 아이들에 대한 차별과 전업주부인 남편, 교육 현장에서의 교사에 대한 고민 어린 시선도 존재하며, 파열음, 검은 화면, 대칭의 구조, 상호작용에 대한 상징 등 여러가지 장치가 곳곳에 놓여 있다. 그러나 그 총합이 그다지 새롭거나 인상 깊지는 않다. 대신 놀라운 것은 이자벨 위페르가 자신의 몸을 통하여 초자연적 존재를 형상화하는 모습이다. 영화는 단조로움과 나태함 사이를 위태롭게 오가건만, 어째서 느리게 움직이는 이자벨 위페르의 형상만은 뜨겁고 생생한가. <미세스 하이드>는 작은 마을에 머무는 여자에 대한 영화라기보다 차라리 작은 영화에 머무는 배우에 대한 영화다. 그녀의 놀라운 연기를 담아내는 영화가 그다지 인상 깊지 않다는 사실은 슬프지만, 언어화하기 힘든 형상으로 휘적휘적 걸어가는 이자벨 위페르의 모습 만은 끝내 뇌리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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