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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Jun 01. 2018

개봉작 추천, <디트로이트>


작품성도 겸비한 끝내주는 액션영화 감독, 캐서린 비글로우

이번에 소개해 드릴 작품은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디트로이트>(2018. 5. 31.)입니다.

캐서린 비글로우는 <아바타>, <타이타닉> 등을 연출한 제임스 카메론의 전부인으로도 유명하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전남편의 위상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감독입니다. 비글로우는 <죽음의 키스>(1987)로 인상 깊은 데뷔를 보여주었고, 그 후 많은 분들이 인생 액션 영화로 꼽는 <폭풍 속으로>(1991)를 연출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작품으로 더욱 유명한 것은 <허트 로커>(2008)와 <제로 다크 서티>(2012)가 아닌가 싶네요. <허트 로커>는 미군의 이라크 침공을, <제로 다크 서티>는 오사마 빈 라덴 포획 작전을 영화화 한 작품들입니다. 이들은 비글로우가 정치적 사건을 다루며 작품성, 오락성까지 모두 겸비한 액션 영화를 찍을 수 있음을 입증한 작품들이기도 합니다. 특히 평단과 대중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던 <허트 로커>는 꼭 한 번 추천드리고 싶은 작품입니다. 요란한 소음이나 잔혹한 장면 없이 얼마나 탁월하게 서스펜스를 이끌어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거든요(넷플렉스에서도 접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비글로우는 여성 감독으로서의 시선을 내포하는 동시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끝내주는 액션 영화를 찍는 할리우드 감독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K-19 위도우메이커>의 실패 이후 모두가 재기불능이라 말하던 중 7년 만에 저예산 영화인 <허트 로커>로 당당히 재기에 성공했으니, 이래저래 멋있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비글로우의 신작 <디트로이트>

<디트로이트>는 1967년 디트로이트 폭동 중에 있었던 알제 모텔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흑인 인권 운동의 논의를 담고 있지만 교조적인 영화는 아닙니다. 오히려 비글로우는 전작에서 그랬듯, 모호한 시선을 유지하기도 하고 지금의 우리로서는 끝내 알 수 없는 사건의 검은 틈새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작들과 비교하였을 때 비글로우는 전쟁 영화에 좀 더 탁월한 재능이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러나 <디트로이트> 역시 비글로우 답게 작품성, 오락성 모두 놓치지 않는 수작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마지막에 명확한 답을 내려주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문득 영화의 순간들이 떠오르며 나의 감각과 사고를 열어주는 작품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소리에 주목하기, 혹은 그저 즐길 것.

<디트로이트>를 관람할 때 제가 추천드리고 싶은 관전 포인트 하나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소리에 주목하는 것. 소리의 내용을 읽으려고 하기보다 소리의 흐름을 따라가 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소리가 어떤 식으로 발생하고 잦아드는지, 누구의 소리는 분명하게 전달되고 누구의 소리는 폭력적으로 제거되는지를 보는 것이 이 영화를 즐기는 한 가지 방법일 것입니다. <디트로이트>는 실제 사건에서 흑인들이 겪었던 고통을 사건의 재현뿐 아니라 소리의 변화를 통해서도 드러내고 있습니다. 넘쳐흐르는 음악과 불안한 침묵, 그리고 그 사이에 오고 가는 말과 총성에 집중하며 소리의 영화를 체험해 보시길 바라겠습니다. 혹은 이런 것들은 잊고 그저 생생한 긴장을 만들어내는 비글로우의 영화 세계에 흠뻑 빠져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디트로이트>는 5. 31. 개봉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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