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에 관한 칼럼
※ SBS의 '스브스 프리미엄'에 기고한 글입니다.
※ 1부와 2부로 나누어 올립니다.
AI에 대해 이야기했으니, 이제부터 '미국'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 보겠다. 여러 탁월한 지점에도 불구하고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의 어떤 부분은 수상하여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그건 이 영화가 반복해서 언급하는 '미국의 역할'에 관한 부분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미국 대통령 에리카 슬론(안젤라 바셋)에게는 중요한 임무가 있다. 바로 전 세계를 핵전쟁으로부터 보호하는 것.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의 핵무기가 엔티티 때문에 무력화된 상황에서, 그녀는 선제공격할지 여부를 관료들과 고민한다.
대통령은 갈등한다. 공격하는 것이 미국에 유리하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고심하는 것은 전쟁과 그로 인해 희생될 사람들, 즉 '세계의 평화'다. 이때 그녀는 한 국가의 수장이지만 사실상 전 세계의 대통령으로서 기능한다. 그녀의 과감한 결단 덕에 세계는 피 흘리지 않고 평화를 유지한다.
언뜻 보아 웅장한 이 서사는 자세히 보면 좀 이상하다. 핵 공격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서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대통령의 결정은 매우 중요하게 다뤄진다. 이런 연출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다소 과하다는 인상을 떨칠 수 없다. 그녀의 선택은 한 인간의 윤리적 결단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의 위대한 양보이자 절제로 그려진다.
여기서 미국과 같은 강대국이 핵 공격을 하지 않은 것은 그 자체로 영웅적인 행위가 된다. 평화가 아니라 '공격'이 디폴트(기본적으로 주어진 상태)이며, 공격을 포기하는 것은 숭고한 희생이다. 또한 에단이 소속된 IMF(Impossible Mission Force)는 틈틈이 나타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만난 적 없는 이들을 위해 뛴다는 철학을 들려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 세계를 지키는 미국.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패권국으로서의 자의식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할리우드 영화에 미국의 자의식이 드러나는 사례는 셀 수 없다. 이런 경향은 다른 국가의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로 반복된다. 그런데 나는 근래 개봉한 영화를 통틀어 공격을 포기하는 일을 이토록 숭고한 일로 끌어올리며 패권국의 자의식을 드러내는 영화를 본 일이 없다. 트럼프 시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기저에 흐르는 의식은 흥미롭고 섬뜩하다.
사람이 그렇듯 영화도 하나의 측면으로 판단할 수 없다. 그것 안에 속한 요소들은 서로 얽어지고 지탱하며 영화를 만들어 낸다. 그 여러 가지 면을 찬찬히 둘러보는 일은 중요한 것 같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는 영화고, 여전히 당신의 발견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원문 https://premium.sbs.co.kr/article/QjpwHEdl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