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필자로 지내며, 유독 반응이 좋은 글이 있었다. <헤어질 결심>에 관한 비평이 그랬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 그리고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최근에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해설. 이 글들은 다루는 영화 자체가 인기가 많은 경우였다.
그런데 최근에 쓴 <부고니아> 칼럼에 관한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 글의 제목은 "세상은 이렇게 화창한데… 나 홀로 종말을 맞이하는 기분(아래 참조)"이다. 영화 분석보다는 그 안에서 감지되는 정서를 중심으로 썼다. 원작인 <지구를 지켜라>에서 병구(신하균)는 진지하면서도 경쾌함과 귀여움이 묻어난다면, <부고니아>의 테디(제시 플레먼스)는 단호하며 절실하다. 테디에게는 홀로 세상의 종말을 고민하는 자의 암담함이 짙게 느껴지는데, 이것은 개인의 종말과 세계의 끝을 포괄한다.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이 글은 <부고니아>를 보지 않은 관객에게도 읽힌 것 같다. 그렇다면 독자들은 "혼자 맞는 종말"이라는 코드가 접속했을 터다. 그래서 요즘은 한 가지 생각을 거듭하게 된다. 이렇게나 많은 이들이 고독한 종말이라는 표현에 공감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니까, 우리는 무엇이 끝나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일까.
온 국민이 매달리는 부동산과 주식, 학업과 취업 같이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특정한 이슈가 아니라 가치에 관한 것이라고 느낀다. 누구는 코인으로 얼마를 벌었고, AI가 또 산업을 어떻게 바꾸고 있고, 하지만 (따라잡기도 벅찬) 이유들로 이 모든 것들이 다시 꺼질 것이라 엄포하는 현기증 나는 현실 속에서 나는, 누구와 함께,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관한 질문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음을 느낀다. 대신 이런 나약한 태도가 얼마나 큰 손실을 내고 있는지, 그로 인해 나와 가족이 속한 위치가 얼마나 떨어질 것인지에 관한 경고를 듣는다. 그걸 뭐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알던 세상은 이미 종말했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흔한 넋두리나 철없는 소리, 혹은 주변의 열의마저 식히는 소음이 될 것이다. 그래서 잠자코 머릿속에 넣어두어야 하는 이 생각은 고독하다. 하지만 아마도 이렇게 느끼는 이가 나만은 아닌가 보다. 그래서 뭐든 자꾸 쓰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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