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본 것들에 관한 단상

<주토피아2>, <아바타: 불과 재>, <흑백요리사>, <대홍수>

by 영화평론가 홍수정

대학원 기말페이퍼 폭풍이 진압된 후 찾아온 작은 번아웃.

끊임없이 먹고자며 쉬었지만 머리는 혼절 상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니 갑자기 정신이 돌아왔다ㅋㅋ 그래서 남겨본다. 요즘 본 것들.



주토.jpeg <주토피아2> 스틸컷

1. <주토피아2>, 천만 갈까?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좀비딸>을 제쳤을 때, 이게 올해 박스오피스 1위라고 생각했다. <주토피아2>와 <아바타: 불과 재>가 곧 개봉하지만 <무한성편>을 넘어서기에 시간이 부족하니까.


<주토피아2>는 이런 예상을 와장창 깨버렸다. 올해 최단기간 400만, 500만을 돌파하며 현재 700만을 넘긴 상태. 간만에 극장에 들러 <주토피아2>는 보았다는 분들이 늘고 있다. 극장을 잘 찾지 않는 관객까지 끌어들이고 있다는 뜻. 아마도 1월 중 '천만 영화'에 등극할 것으로 보인다.



common?quality=75&direct=true&src=https%3A%2F%2Fmovie-phinf.pstatic.net%2F20251124_185%2F1763948775750RHGDX_JPEG%2Fmovie_image.jpg <아바타: 불과 재> 스틸컷

2. 다양성 표방하는 전쟁영화, <아바타: 불과 재>


<아바타: 불과 재>는 한 마디로 요상한 영화다. 다양성을 가치로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이 영화의 정체성은 '전쟁영화'에 있다. 전쟁 영화의 문법을 따르면서 그 쾌감을 성실하게 전달하기 때문. 영화에서도 "싸우자", "죽여라"라는 대사가 노골적으로 등장한다.


<아바타3>가 전쟁영화를 표방했다면, 이런 건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겉으로 '다양성'을 내세운다는 것이 이상한 지점이다. 다함께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하여 생각이 다른 이들을 제거하자 주장. 그걸 실행하며 쾌감에 빠져있는 태도. 의심이 든다. 혹시 전쟁을 벌이기 위하여 다양성을 끌어온 것은 아닐까?


제임스 카메론은 <아바타 2>에서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가족주의를 부활시키고, <아바타 3>에서는 전쟁을 전면화하는 등 점점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하면서 입으로는 끊임없이 다양성을 중얼거린다. 무엇을 진짜로 말하고 싶은 것인지 당혹스럽다. 혹시 스펙터클의 재료가 필요한 것 뿐일까.



3. 애니의 붐?

<무한성편>에 이어 <주토피아2>까지 성공하며 한 기자님이 "애니의 붐이 온 것이냐"고 물으셨다. 고심했지만, 나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


지금 관객은 1) 서사의 완결성과 2) 소재의 신선함을 중요하게 본다. 최근 몇 편의 애니가 이런 트렌드에 잘 부합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픽사, 소니처럼 스토리와 소재를 부단히 갈고 닦을 수 있는 대형 스튜디오의 경우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도 마찬가지.

하지만 지금 관객이 소형 애니까지 선호할 정도로, 애니 자체의 매력에 빠진 것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대중이 애니에 편안하게 다가서는 계기는 될 수 있을 것이다.


ㅎㅂ.PNG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 유튜브 영상 캡처.

4. 1등의 무서움,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


<흑요2>에 빠져버렸다. 매 편마다 3번씩 보는 중.


이 시리즈의 미덕은 '재미없는 장면'이 단 한 순간도 없다는 것이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을 한데 모아놓고 끊임없이 대결을 시키니, 재밌는 순간은 절로 쏟아져 나온다. 이것만으로 재미 보장. 지루한 순간은 과감할 정도로 싹뚝 잘라낸다. 그러니 모든 장면에서 도파민이 터진다.


이것은 엄청난 자본을 갖춘 1등 기업만이 할 수 있는 전략이다. 우수한 출연자와 심사위원을 충분히 확보하고, 휘황찬란한 세트로 시각적 쾌감까지 전달하는.

넷플릭스의 무서운 점은 자본의 우위를 끊임없이 콘텐츠의 질로 전환하며, 압도적 1위의 위치를 지켜나간다는 것이다. 당연한 듯 보이지만 쉽지 않은 행보다. 아무래도 넷플의 시대는 이어질 것 같다.



ㅎㅅ.jpeg <대홍수> 스틸컷

5. <대홍수>가 민심을 잃은 이유

그런 넷플 조차 삐끗한 순간이 있으니 <대홍수>다. 삐끗했다고 표현한 이유는 작품성 때문이 아니라, 홍보 때문이다.

지금 관객은 옛날과 다르게 선택지가 무척 많다. 그래서 볼 작품을 골라야 하고, 그 과정에서 기대가 발생한다. <대홍수>는 재난 영화로 홍보한 작품이다. 그렇다면 이걸 선택한 관객은 재난 영화의 쾌감을 전달받기를 기대한다. 반전에 치중한 <대홍수>는 지금 관객의 성향 변화를 간과했다.

작품 자체는 신선한 부분이 있고, 꽤나 성글기도 해서 복합적이다. <대홍수>에 관한 대중의 반응은 지금 영화씬에 관한 함의를 담고 있어서 찬찬히 살펴볼 가치가 있다.

이에 관해 몇 개 매체에 멘트를 하기도 했는데, 조만간 여기에 다시 이야기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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