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가 홍수정 Jul 23. 2018

<인크레더블> 시리즈에 주목하라

영화 리뷰

※ <인크레더블> 시리즈에 대한 약한 스포가 있습니다.



디즈니 픽사의 <인크레더블>2(2018)는 전편인 <인크레더블>(2004)로부터 무려 14년 만에 다시 우리를 찾아온 작품입니다. 현재 한국 극장가에서 상영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고요. 상영작 중에 흥미로운 작품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돌풍은 놀랍습니다. 애니메이션이 1위를 기록하며 두루 사랑을 받은 것도 오랜만이군요.


오늘 <인크레어블>2를 직접 보니, 어찌 보면 이런 결과가 당연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선 이 작품이 다양한 이슈를 첨가하여 다듬은 스토리의 완성도는 가히 장인의 솜씨에 가깝습니다. '영웅의 존재를 제도로 대체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하여, 육아 문제, 부부간의 경쟁의식, 사춘기 소녀의 고민, 의존적인 현세태에 대한 풍자까지 픽사는 동시대가 공유하는 다양한 고민을 영화에 담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또한 그것들을 짧은 대사 안에 효율적으로 녹여내는 놀라운 실력을 보여주기도 해요. "저는 강한 여자도 좋아요. 자존감 높은 남자거든요." 같은 대사를 통하여 페미니즘적인 화두를 단 두 문장 안에 유쾌하고도 진지하게 녹여내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 영화는 도시의 질감을 실사에 가깝도록 구현하여 사실감을 살렸기 때문에, 그 안을 종횡무진하는 히어로들의 여정이 더욱 짜릿하게 다가옵니다. 일라스티걸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장면은  실사 히어로물과 비교해도 스펙타클에서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느껴져요. 동시에 몸이 쭉쭉 늘어난다던가, 악마로 변하는 것처럼 실사 영화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능력들도 얼마든지 그려낼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애니메이션 히어로물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되겠네요.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악당의 경우 그들의 능력은 특별할 것이 없지만, 우리가 공감할 만한 심리를 가졌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전편에는 히어로에 대한 열등감, 이번 편에는 영웅적 존재에 대한 거부감이 그려지죠. 이런 화두에 대하여 무리하여 변명하지 않고 그대로 직면하는 영화의 태도도 솔직담백 하고요.   


개인적으로 <인크레더블> 시리즈는 픽사 디즈니가 큰 그림을 그리고서 준비하는 시리즈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히어로물의 유행을 따라가면서도 007 시리즈 같은 첩보물의 느낌(특히 음악이 007의 느낌을 많이 살리죠)도 주고, 그러면서도 가족형 히어로물이라는 특성으로 차별화를 두죠. 전편에 등장하지 않았던 다양한 히어로들을 등장시킨 것도 본격적으로 시리즈를 잇기 위한 준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어린 아기가 성장해서 어떤 능력을 보여줄지는 정말 기대가 되네요.

게다가 <인크레더블> 시리즈는 수용할 수 있는 관객층도 정말 넓은 것이 가장으로서 아빠, 워킹맘으로서 엄마, 10대 소녀인 딸, 모험심이 강한 아들이 등장하여 관객이 감정 이입할 요소가 많습니다. 게다가 사랑스러운 아기까지 등장하니, 이 정도면 "니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라는 말이 딱 들어맞겠네요.  


<인크레더블>2는 히어로물이 하나의 큰 흐름이 된 시대에 애니메이션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한 훌륭한 답이 될 것입니다. 이 시리즈가 얼마나 더 성장하며 우리를 놀라게 해줄지 기대가 되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버닝>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