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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Jul 25. 2018

<인랑>에 대한 코멘트

영화 리뷰

 

<달콤한 인생>(2005),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밀정>(2016)을 연출했던 김지운 감독의 신작 <인랑>(2018)이 개봉했습니다. 이 작품은 동명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였다고 알려져 있죠.


김지운의 최고작은 아닌 듯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인랑>이 김지운의 최고작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영화에는 잔혹 동화와 액션 느와르의 분위기가 혼재하고, 여기에 멜로 라인도 추가됩니다. 거기다 집단 간의 암투를 그리며 정치극의 느낌도 풍기죠. 그런데 종합선물세트 같은 이 다양한 요소들이 풍성하다기보다 어둡고 단조롭게 섞여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어쩌면 <놈놈놈>이나 <밀정>에서 송강호가 맡았던 재기 넘치는 캐릭터가 부재해서 그럴 수도 있겠네요. 동화적인 연출이나 바뀐 결말 역시 완전히 성공적이라고 보긴 힘들 것 같습니다.


여전히 탁월한 점들

그러나 김지운에 대한 기대를 제외하면, <인랑>은 오락 영화의 기능을 충실히 이행하는 편입니다. 액션, 멜로, 정치극의 다양한 요소를 넣은지라 모든 관객에게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줄 것 같습니다. 비주얼리스트로 정평이 난 김지운의 솜씨 역시 여전합니다. 하수도를 헤쳐가는 인랑의 모습도 감각적이고, 동화 <빨간 망토>를 비극적으로 재해석하는 이미지도 아릅답고요. '인랑'의 압도적인 힘을 나타낸 액션 부분 역시 흥미롭습니다.


배우들의 연기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처음 등장한 빨간 망토 소녀 신은수였는데, 또박또박 걷는 걸음에서 영화의 몽환적이고 비극적인 분위기를 담아내는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배우로서의 성장이 기대가 되네요. 한예리는 역시나 신스틸러 역할을 해내면서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이민호의 연기도 생각보다 좋았고, 김무열도 색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주연배우인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의 경우 대체로 비슷한 특성을 공유하는데, 스타 배우로서 존재감도 있고 나쁘지 않은 연기력을 보여주지만 좀 더 풍성한 결을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김지운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인랑>

<인랑>은 김지운 특유의 분위기가 살아있는 작품이며, 그의 신작을 기다렸던 팬들의 갈증을 달래주리라 생각됩니다. 느와르를 좋아하시는 분들의 사랑도 받을 것 같고, 애니메이션을 이토록 아름답게 실사화한 부분만큼은 확실히 인정해야 할 것 같네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김지운은 한 가지 테마에 깊이 침잠할 때 매력적인 연출가입니다. 한 남자의 흔들리는 내면에 집중하였던 <달콤한 인생>이나 본격 만주 웨스턴을 보여주었던 <놈놈놈> 처럼요. 근작으로 올수록 그의 작품들은 여러 요소를 담는 대신에 그 집중도가 조금씩 옅어지는 경향이 감지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 흥미요소를 고루 담으려는 지금보다, 자신의 색을 뚜렷하게 보여주던 그때가 그리워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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