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문화 비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가 홍수정 Jan 11. 2019

'산드라 오'를 통해서 본 경계인에 대한 존중


한국계 캐나다인 배우 '산드라 오'가 <킬링 이브>로 골든글로브 TV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내게 있어 그녀에 관한 흥미로운 기억은 그녀가 <그레이 아나토미>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을 때 시상식에서 한복 드레스를 입은 것이다. 그때 산드라 오는 일부 매체에서 워스트 드레서로 뽑히는 등 좋지 않은 반응을 얻었었다.

산드라 오가 과연 그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할리우드에 동양인 별로 존재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보다는 대략의 상황을 감수하며 흔쾌히 시도한 의상이었으리라 짐작한다. 그런 생각은 이번 시상식에서 굳어졌다. 그녀는 골든글로브에서 상을 수상하며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는 한국말을 부모님에게 전했다.


그렇다면 산드라 오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고집하는가? 그건 아닐 것이다. 그녀는 캐나다 출생으로 한국에 몇 번 온 경험도 없다. 내가 느끼기에 그녀는 한국인의 정체성보다는 '경계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 같다. 산드라 오는 그것을 숨기지 않는다. '나는 캐나다에서 태어난 한국인입니다. 한국을 잘 모르지만 그 나라가 궁금해요.' 정도의 산뜻한 인사랄까. 할리우드만 해도 존 조, 스티븐 연 등 경계인의 정체성을 지닌 사람이 많다.


그런데 과연 한국은 경계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니, 경계인으로서 그들의 위치를 존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산드라 오에 대한 한국의 반응 중에는, 그녀가 한국을 좋아한다/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다. 물론 여기에 명확한 정답은 없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경계인, 그러니까 외국에서 자란 한국계 인물을 바라볼 때 그들이 한국을 좋아하는지에 대하여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이것은 오히려 경계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 서투른 한국의 모습을 반증다. 한국을 좋아한다면 그들은 '한국인'이며 우리의 호감을 얻을만 하고, 한국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검은머리 외국인'이며 우리의 호감을 얻을 자격이 없다. 그러니까 한국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은 경계인을 한국인/외국인으로 이분하는 사고와 관련이 있다. 그들의 애매한 위치는 이런 검증을 통하여 어느 쪽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자신의 다양한 면모를 숨기지 않는 산드라 오처럼(그녀는 자신이 두 개의 이름을 지녔다고 말한다.) 경계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한 것 같다. 한국에 정체성의 한 쪽을 걸쳐둔 경계인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얼마나 큰지를 물어도 명확한 정답이 있을 수 없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들의 자리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그들의 삶에 대한 존중이 될 것이다. 산드라 오는 완전한 한국인이라고 보기도, 아니라고 보기도 어렵지만 그게 뭐 어떤가. 그녀는 여전히 멋진 배우고 한국에 대하여 여러가지 감정을 간직하고 있다.


산드라 오가 백지연의 <피플 INSIDE>에 나와서 인터뷰 한 영상을 보았는데, 환한 웃음으로 할리우드를 이야기하는 그녀의 모습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산드라 오가 아시아인 최초로 골든글로브를 2회 수상하였다는 뉴스에서 한국 네티즌의 상당수는 그녀의 외모를 지적하고 있다. 어쩌면 그녀는 환한 웃음과 단단한 연기는 한국이 아닌 경계인의 위치에서 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부든, 외부든, 경든 모든 자리가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경계인을 볼 때에 물어야 하는 것은 그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얼마나 갖추었는지가 아니라, 우리가 그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한 대답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왜 여자 컬링 팀의 스토리에 열광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