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는 <킹덤>은 장단점이 혼재하는 좀비물이다. 그래도 기본에 충실하며 뚝심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아쉬운 부분
사실 좀비를 그리는 방식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일단 기존 좀비물과의 큰 차별성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사람을 물고 전염성을 가지는 기본적 설정에 '역병', '인육' 등 몇 가지 요소를 첨가한 수준이다. 기존 작품과의 유사성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좀비의 잔인함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 작품의 시각적인 잔인함은 그리 심하지 않다. 대신 <킹덤>은 윤리적인 잔혹함을 취한다. 살이 튀고 뼈가 부러지는 장면을 포르노처럼 찍지는 않지만, 인간성을 찢어놓는다. 아비를 구하러 온 아들이 좀비로 변해서 아비를 물고, 아이를 숨긴 어미가 제 아이를 물어뜯는다. 이 장면을 다른 아이가 본다. 좀비물에서 친근한 사람을 좀비로 변하게 하는 설정은 흔하다. 그러나 <킹덤>은 조선의 좀비물 답게 삼강오륜에 좀비를 끼얹는다. 이런 방식의 잔혹함을 좀비물의 쾌감으로 삼는 것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 <킹덤>은 이런 방식이 아니라도 충분히 흥미로운 작품이며, 인간성을 찢는 것으로 충격을 만드는 것은 종국에는 관객의 피로를 부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부분
그러나 <킹덤>만의 장점도 분명히 보인다. 좀비물의 바탕에 재난 영화의 특징(구제를 기다리는 백성과 버리려는 국가)과 정치물의 요소(세자와 외척의 대립)를 섞었다. 그런데 그 조합이 꽤나 촘촘하고 유기적으로 맞물린다. 각본을 쓴 김은희 작가의 성취라고 할 만하다. 가장 좋은 점은 한국의 지형을 잘 살린다는 점이다. <킹덤>은 한양과 상주 등의 지리적 위치와 지형을 이용해서 스펙터클을 만들어낸다. 좀비라는 소재에 한국적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방식이다.
연출의 장점도 눈에 띈다. 재난을 예고하고 위기를 고조하는 방식이 세련됐다. 무작정 좀비가 튀는 것이 아니라 정적, 색감 등으로 긴장을 만든다. 효과음이나 음악을 자제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재미있게도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의녀(배두나)와 사또(전석호) 간의 러브라인이다. 둘이 사또의 방에서 만나서 잠시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부분은 긴장이 일렁인다. 그 후에도 허술한 사또와 똑부러지며 어딘가 엉뚱한 의녀의 케미는 눈에 띈다. 둘의 멜로물이 스핀오프로 나왔으면 싶은 정도다.
배우들의 매력이 커서 그런 것일까. 혹은 감독과 작가에게 숨겨진 멜로의 재능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나의 취향인가(멜로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 부분은 좀 더 탐구가 필요할 것 같다.
6화까지 볼 때에 <킹덤>은 좀비를 자랑하는 초반보다 본격적인 스토리가 펼쳐지는 후반부가 더 흥미롭다. 앞으로를 기대하며 지켜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