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신이 말하는 대로> 등 다른 작품과의 유사성 지적에 대해 "10년도 전에 떠올린 시나리오다"라고 주장하는데, 그 주장의 설득력은 둘째 치고(그럼 이제 미이케 다카시가 "나는 20년도 전에 떠올린 시나리오다!"라고 말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시나리오가 오래되었다고 완결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오징어 게임>은 장점도 없지 않으나, 결정적으로 긴장감이 많이 떨어지는 작품이다. '데스 게임에서의 생존'과 '진실의 추적'이라는 설정을 가지고도 이 정도의 긴장감밖에 자아낼 수 없다는 것은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것은 캐릭터의 단조로움이다.
캐릭터들은 자신의 설정에 맞춰 한 가지 성격만을 드러내고, 반전이라고 제시되는 것들은 이미 기존 콘텐츠들이 클리셰처럼 써먹던 것들이라 예상 가능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작품에서 기훈(이정재)은 "우리는 말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소리 지르는데, 정작 캐릭터를 다면적인 사람이 아니라 작품을 위한 말로 소비하고 있는 것은 황 감독이 아닐지.
"10년 전에 구상했다"는 말은 그 시간이 축적됐을 때 보일 법한 완결성을 갖추고서 하면 참 좋을 것 같다.
<오징어 게임>에서 오히려 놀라운 부분은 이 작품을 이 정도로 성공시키는 OTT의 저력이다. 눈길을 붙잡아 매는 세트를 만들어내고, 작품에 개성을 더하는 배우들을 기용해서 기어코 시청자의 선택을 받아내는 넷플릭스의 힘이랄까. 긍정도, 부정도 섞이지 않은 중립적인 의미에서의 저력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2019년 유명 감독들과 합작을 통해 <아이리쉬 맨>, <결혼 이야기> 등 작품성 높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던 넷플릭스가 최근에는 그런 시도를 줄이는 동시에 화려한 볼거리의 시리즈물, 혹은 액션 쪽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