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영화평론가 홍수정
Jun 14. 2020
글체력은 중요하다.
글실력이 바닥이든 천장이든 어쨌거나 글을 꾸준히, 많이 쓸 수 있는 체력은 필요하다. 아이디어는 있는데 체력이 없어서 머리속으로만 작가놀이하다 남의 글을 보고서 아맞다 나도 저런거 쓰려고 했는데 하고 침대에서 중얼거려봐야 소용없는 일.
글체력은 몸체력과 조금 다르다. 자리에 앉아 활자로 자기 생각을 언어화하는 괴로운 행위를 얼마나 끈덕지게 오래 지속할 수 있는지는 글체력으로 결정된다. 몸체력이 좋으면 도움은 되겠지만 반드시 글을 오래 잘쓰리란 보장은 없다. 몸이 강철이라도 펜을 드는 순간 시름시름 앓는 이가 얼마나 많은가.
아 내가 또 남의 얘기인 척을 했구나. 사실은 내 얘기다. 요즘 나의 글체력은 한마디로 저질이다. 글을 자주 쓰기도 어렵고, 예전이면 하루만에 쓸 것을 이박삼일에 걸쳐 쓴다. 한 편의 글을 쓸 때도 지구력이 떨어져서 헉헉대다 마라톤을 중도포기하는 선수처럼 갑자기 끝을 맺는다. 그러니 이 글도 그럼이만. 하고 갑자기 끝을 맺어도 이해를 바란다.
어째서 이렇게 글체력이 저질이 됐는지 모를 일이지만 몸체력은 좋아서 괜히 뛰기도 하고 근력근력 하면서 힘도 쓴다. 글을 쓸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감정을 소비할 만한 엄청난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한 마디로 글쓰기에 부족할 것 없는 환경... 하지만 노트북 앞에만 앉으면 내 몸은 절로 베베 꼬이다 침대를 향한다.
그래서 책도 읽고 자주 끄적대며 글체력을 늘리려고 고군분투중인데 뚜렷한 효과는 모르겠다. 이사태를 어찌하면 좋지. 혹시나 글체력을 늘리는 법을 알려주나 싶어 클릭한 분들, 죄송합니다 아니었어요. 글체력이 떨어졌다고 하소연이 하고 싶어 썼던건데 헉 헉 그럼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