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최고의 컨텐츠가 <가짜사나이>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미 공중파 방송에서 활용된 포맷이 유튜브에서 차용되며 훨씬 폭발적인 반응을 낳는 지금의 현상을 뭐라 설명하면 좋을까. 그러니 묻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우리가 <가짜사나이>를 통해 보는 것, 그리고 열광하는 것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지상파에서 유튜브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꼽았지만 그것만으로 이 시리즈의 열기를 설명하기는 역부족이다. 또한 당연하게도, 포맷 자체의 오락성을 들이대기에는 <진짜사나이>와의 차이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폭력이 당연시되고 생존과 팀워크가 우선되는 전혀 다른 논리의 세계를 보는 것도 흥미롭다. 하지만 폭력적인 콘텐츠가 모두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이런 생각으로 머리를 싸매던 나는 어느날 지상파 방송을 보면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그 방송들, <가짜사나이>의 주역들을 데려다 훈련을 따라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정도의 창의력밖에 발휘하지 못해 컨텐츠를 노잼으로 만들어버린 무수한 지상파 방송들을 보며 도리어 <가짜사나이>의 재미를 새로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짜사나이>와 지상파 방송들의 차이는 긴장감에 있다. 그리고 이 긴장은 '지상파와 달리 유튜브 놈들이라면 진짜로 무슨 사고를 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서 온다. 거꾸로 말하자면 이미 '짜고치는 것'으로 인식되는 브로드캐스팅 시스템은 우리에게 안정감을 선사할지언정, 어떤 긴장을 안겨주기에 실패한 매체가 되어버린 것 같다는 옅은 확신이 생긴다.
우리가 사전정보 없이 <가짜사나이1>을 접했을 때, 이근 대위가 다짜고짜 참가자들의 어깨빵을 하고 지나갔을 때 비록 그들이 방송에 익숙한 스트리머라고는 하나 우리는 그들이 접했을 당혹감을 공유한다. 또 공격적인 화면 속에서 누군가는 정말 감정이 상하고, 부상을 입고, 중도포기를 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을 느낀다. 흔히 말하는 '리얼함'보다 더 쓰고 까끌거리는 감정일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어떻게든 평범한 재미로 안전하게 귀결되는 지상파 방송과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시즌2에서 참가자 오현민의 부상을 두고 '정말 실명할 뻔 했다더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을 보아도, 시청자들이 유튜브와 지상파의 안전성을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불안을 자아내는 리얼한 위험. 카메라가 꺼지면 사라질 위험이 아니라 현실까지 이어지는 진짜 위험. 우리가 <가짜사나이>에서 보는 것은 프로그램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바로 그 위험이 아닐까.
<가짜사나이>의 인기는 여태 지상파가 얼마나 많은 핑계를 대고 있었는지를 드러내는 사례이기도 하다. 물론 지상파가 고수해야 하는 안전성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안전이 시청자를 적당히 속이는 나태함으로 번지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 안온함에 없었던 날 선 가시들이 지금의 유튜브에는 있고, 시청자들의 애정이 옮겨가는 것도 당연한 결과라고 느껴진다. 반대로 말하면, <가짜사나이>의 인기는 최소한의 안전을 유지하며 어떻게 이 긴장과 위험을 유지하고 나갈 것인지의 문제일 것이라 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