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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Nov 01. 2020

홀로 배우는 글쓰기

2016년 영화평론상을 수상하고 진행했던 인터뷰는 내게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멋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헛소리만 잔뜩 늘어놨던 그날을 생각하면 다시 트라우마가 올라올 것 같으니 이쯤에서 그만 끝내겠다. 그런데 내가 그때 유독 긴장을 했던 이유는 글에 관해 배워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살아오며 글에 관한 수업을 들어본 것은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일주일에 두 시간, 총 8주 동안 진행되는 영화비평 수업을 들어본 것이 전부다. 대학교 때의 교양수업들을 제외하고는 그 16시간이 전부인 셈인데, 이 수업도 나를 비평의 길로 이끈 훌륭한 강의였으나 작문법을 알려주는 수업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그러니 한 마디로 글을 쓰는 법에 관해서는 배워본 일이 없는 셈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줄곧 국문과나 문예창작과에 가고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채워지지 않은 갈망은 이유 모를 부끄러움으로 숙성되어 내 안에 자리잡았다. 그래서인지 인터뷰를 하는 순간에도 글은 그저 혼자 써왔다는 사실, 어찌보면 충분히 강점이나 개성이 될 수 있는 그 사실이 나는 조금 부끄러웠던 것 같다. 그래서 여태 딱히 그 사실을 자랑삼아 말하거나 마케팅의 수단으로 삼은 적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교육 기관을 통해 글을 배우지 못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적합한 강연을 찾지 못한 이들이 느끼는 갈증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고도 남는 바가 있다.  


'글에 관한 글'이라고 헐렁하게 이름붙인 이곳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홀로 글을 배워나갈 때 느끼는 것들에 대하여. 글을 잘쓰고 싶고 계속 배우고 싶지만, 가르쳐줄 곳을 찾지 못해 홀로 배워가야 하는 이들에게 틈틈이 글에 관한 이야기를 건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같은 고민으로 몸이 아팠던 그 시절을 잊고 싶지 않은 나를 위해 마련한 공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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