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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Jan 31. 2021

영화 <소울>을 보러가는 이들을 위한 당부

혹은 잔소리


영화 <소울>의 가장 뛰어난 점은, 자신의 메세지를 결코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소울>에서 주인공들이 찾는 그 무언가는 하나의 관념으로 정돈되지 않는다. 세상에 없는 용어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비슷한 개념들을 가져와 비교해보기도 하지만, <소울>은 자신이 강조하는 것이 '한 마디'로 무엇인지에 대해 끝내 입을 다문다.


그러니 우리가 그것을 알아내는 방법은 극장에 차분히 앉아 <소울>을 만나는 뿐이다. 영화의 메세지는 하나의 단어로 언어화 할 수 없으며 <소울>의 감동은 10분짜리 요약 클립에 담아낼 수 없다. 그것은 빛이 나는 스크린에서 시작해, 관객의 눈을 거쳐 각자의 가슴에 새겨질 따름이다.   


그러니 이 영화를 감상하는 최악의 방법은 2시간 동안 영화를 본 뒤에, <소울>의 메세지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이미지는 잊은 채 마치 간편한 속담을 되새기듯 그 언어만을 기억하는 것이다.

2시간의 영화를 통째로 받아들이는 것. 주인공들이 찾는 것이 무엇인지 영화 속의 맥락으로 느끼고 깨닫는 것. 그것이 <소울>이 정성스레 준비해 전달하선물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방법일 것이다.



또 하나의 당부. <소울> 상영 전에 나오는 픽사의 단편 애니메이션 <버로우(Burrow)>는, 단언컨대 <소울>만큼이나 좋은 작품이다. 또 그것의 메세지나 색채가 (약간 결이 다르긴 해도) 큰 줄기에서 <소울>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다. 아름다운 이미지들, 점차 고조되는 긴장과 부드러운 카타르시스까지. <버로우> 속 영상의 흐름은 기가 막히다.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즐기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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