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헌트>는 균형감이 좋은 영화다. 드러내놓고 피씨(PC,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엄숙주의를 비꼬는 이 영화는 너무 진지해질만 하면 누군가의 목을 댕겅 베어 버린다. 그런 리듬이나 타이밍이 적당해서 맛있다. 새롭거나 놀랍지 않아도 킬링타임용으로 즐길 만한 영화다.
그렇다고 정치적 함의가 깊은 것도 아니다. 주인공 크리스탈(베티 길핀)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 갔던 배경을 털어놓지만, 사실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듯 말을 얼버무린다. 영화의 태도도 그렇다. 정치적 도덕주의자들의 이중성을 꼬집는 듯 싶다가도 '에이 그게 뭐가 중요해. 그냥 싸움이나 구경해라'는 식으로 영화를 전개한다. 그런 리듬감이 당황스럽기보다 유쾌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다. 막판에 이르러서는 이념은 그저 핑계일 뿐, 사실은 호적수를 만나 싸우는 게 제일 신난다는 듯이 느껴지는 두 여자의 대결도 그래서 경쾌하다.
감독 크레이그 조벨은 <최후의 Z>(2015)에서 마고 로비를, <컴플라이언스>(2012)에서 드리마 워커를 여주인공으로 기용했다. 여기에 <더 헌트>의 베티 길핀까지 두고 보면 어떤 여성을 자기 영화의 히로인으로 생각하는지 약간은 감이 온다. 또한 위험에 처한 여성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는 일에 관심이 많다고 느껴진다.
<더 헌트>에 등장한 베티 길핀 역시 <킬 빌>의 우마 서먼을 연상케 할 정도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단단한 골격과 강인한 표정에, 주저하듯 천천히 말을 내뱉는 말투가 인상적이다. 이 영화 이후 더욱 스크린에서 자주 보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