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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Apr 04. 2021

<자산어보>에 대한 인상



같은 흑백 영화이지만,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는 그의 전작 <동주>에 비해 영상미의 측면에서 진일보했다. 흑산도 앞바다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장소적인 이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배경을 떠나 영상에 전반적으로 음영감이 풍부해졌고, 그 덕에 깊이감도 더해졌다. <자산어보>는 영상미를 감상하는 것 만으로도 즐거운 영화다.


서사적으로 아쉬운 측면도 있다. 이준익은 에피소드에 강한 감독이다. 시대극을 배경으로 인물들의 아기자기한 일상을 잘 그려내는 천부적인 재주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하이라이트가 종종 상투적이다. 또 절정 부분에서 음악과 클로즈업의 사용이 과하다. 장중한 음악을 배경으로 인물의 꿈틀거리는 표정을 자꾸만 클로즈업한다. 이런 연출이 섬세하지 못한 서사와 합쳐질 때, 관객들은 영화가 어떠한 감동 혹은 긍정을 관객에게 강요한다고 느끼기 쉽다. 설득력을 희생해서라도 담백함과 건조함을 더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그랬다면 <자산어보>는 꽤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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