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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Apr 27. 2021

<노매드랜드>를 보러 가는 이들을 위한 당부


솔직히 말하면 <노매드랜드>를 향한 뜨거운 상찬에 모두 동의하기는 어렵다.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다소 부풀어진 감이 있는 것 같다. 생소한 삶의 방식에 대한 문화적인 경이가 영화에 대한 호평으로 스리슬쩍 전이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지점이 있다.


그럼에도 <노매드랜드>처럼 아름다운 작품을 만나게 된다는 것은 아무래도 즐거운 일이다. 또 이 영화는 정확히 극장의 넓은 스크린에서 보아야 하는 작품이다. 광활한 대지가 나의 시야 왼쪽에서 오른쪽까지 꽉 채워졌을 때의 감상이, 이것을 노트북이나 모바일로 보았을 때의 그것과 확연히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코로나 시대에 굳이 극장을 찾아가는 즐거움을 다시 일깨워줄 만한 작품이다.


이 영화를 만날 때 유심히 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 내가 볼 때 <노매드랜드>의 가장 뛰어난 부분은 그것이 노매드(유랑민)의 생활을 '영화의 리듬'으로 체화하는 부분이다.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이 영화는 마냥 유려하거나 부드러운 리듬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주인공 펀(프란시스 맥도먼드)은 모닥불 앞에서 유랑민들과 함께 평화롭게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고요한 길 위를 홀로 적막하게 달리기도 하고, 차에서 홀로 무언가 먹다가 갑작스러운 노크에 놀라기도 한다. 또 이전 장면에서 이어지던 아름다운 광경은 차 문을 닫는 소리와 함께 갑작스레 끊어지기도 한다.

유려하게 펼쳐지다가, 갑작스레 끊어지고, 고독할 정도로 적막했다가, 노크 소리로 주의를 환기시키는 그 특별한 리듬. 그러니까 <노매드랜드>는 유랑민의 생활을 단순히 서사나 이미지가 아니라, 영화적 리듬을 통해 체화한다.


땅에도 부드러운 부분은 물론 단단하고, 날카로우며, 때론 축축한 부분이 혼재하는 것처럼 유랑민의 삶도 그러할 것이다. <노매드랜드>는 유랑민의 넓고도 다채로운 지대를 온몸으로 재현해낸다. 영화의 리듬과 감각으로. 부디 그 부분을 놓치지 않고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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