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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Aug 14. 2021

[리뷰] 스멀스멀 버글버글...<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이 영화가 집중하는 한 가지 감각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스틸컷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내가 올해 본 영화 중에 가장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감독 제임스 건의 매니악한 감각과, DCEU의 특유의 다크하고 진지한 분위기가 이렇게나 멋지게 만날 수 있다니. 작품 전체에 흐르는 냉소적인 개그와 B급 코드, 알록달록한 색감, 코믹스를 연상시키는 자막까지 모두 완벽하다. 심지어 스크롤까지 이뻐..

이 작품에 대한 리뷰는 여러 편 올릴 생각이다.



우선 이 글에서는, 제임스 건이 유독 애정하는 감각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그것을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아서 풀어서 말해보자면, '쪼끄만 것들이 꿈틀꿈틀 기어 나와서 버글버글버글 대는 그런 감각'이다.


이 영화에서만 그런 감각이 얼마나 많이 반복되었는지 다 기억이 안 날 정도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스틸컷. '폴카-닷 맨'


우선 '랫캣쳐'가 쥐를 불러내면 사방에서 쥐가 득실득실 튀어나오고, '폴카-닷 맨'의 주특기는 동글동글한 폴카-닷을 뿌리는 것이다. '킹 샤크'가 수족관에서 만난 조그마한 물고기들은 피라냐처럼 우루루 몰려들어 사냥감을 물어뜯는다.


그리고 스타피쉬는 공중에 새끼들을 뿌려대고, 피부에는 수포같이 동그란 것들이... 환 공포증 있는 분들 살아계신가요?

쥐들이 스타피쉬를 타고 올라가서 물어뜯을 때 그 비주얼은 어우야...


심지어 포스터에도 작은 것들이 버글거린다


그리고 제임스 건은 촉수도 좋아한다. 그 약간 불쾌한 미끄덩, 꾸물꾸물한 느낌을 연출할 때 관객이 느끼는 거부감을 좀 즐기는 것 같은 느낌?

믿을 수 없다는 분들은 아래 포스터를 한 번 보자. 2006년에 그가 연출한 <슬리더>라는 영화의 포스터다.

영화 <슬리더> 포스터


뭐 이 정도면 빼박이지.


그렇다면 제임스 건은 왜 이런 감각에 집중할까.

물론 작은 것들이 뭉치면 강하다 뭐 이런 메세지를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볼 때에는 그저 그의 취향인 것 같다.


나는 랫캣쳐가 아빠에게 "왜 쥐냐"고 물었을 때 아빠가 "가장 작은 존재도 목적이 있다면, 우리 모두 그렇지 않겠냐"고 말하며, 아름다운 음악이 깔리는 부분에서 웃음이 피식 나왔다.

좋은 말이긴 한데.. 당신은 그냥 이런 느낌을 너무 좋아하잖아!


작고 미끄덩한 것들이 버글버글 댈 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불쾌감을 느낀다. 그런데 또 "어우 징그러워" 하면서도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는 심리가 있다.  


역겨우면서 재미있고 웃긴 감성. 이것은 그야말로 B급 무비의 기본 감성이다. 그래서 나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보며, 마블과 디씨를 휘젓고 다녀도 여전히 제임스 건의 내면에는 B급 무비 특유의 정서가 살아있구나 싶었다.



참고로, 마모되지 않은 날 것의 제임스 건 느껴보고 싶은 사람은 <무비43>을 보면 된다.

미리 얘기해주자면, 이 영화의 유머 코드는 쉽지 않으며 종종 메스껍다. 웬만큼 화장실 유머, 트래쉬 토크에 면역이 있어야 재미있게 즐길 만하다. (청불입니다)

<무비43> 스틸컷

그러나 웃기려고 했지만 실수해서 결과물이 역겨워진 것과, 역겨운 것을 의도해서 재미있게 역겨운 것 사이에는 매우 큰 간극이 있다. <무비43>은 후자에 속한다.

또 이 영화는 겉으로만 고상하며 사실은 인권에 무지한 미국 사회의 일면을 신랄하게 조소하는데, 그 유머 코드가 너무 웃기다. 이런 코드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도 담겨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사람을 얼마든지 죽여도 괜찮아!" 이런 대사가 나옴) 이런 걸 보면 제임스 건이 미국인 특유에 '고상한 척', '착한 '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 수 있다.


금기를 깨는 재기발랄함, 사회를 비웃는 냉소, 속을 울렁이게 만드는 스꺼움.

이것들이 모두 B-무비의 고유의 특성임을 생각한다면, 제임스 건의 영화들은 자기 장르의 매력을 제대로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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