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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Aug 17. 2021

[단상]'테넷'의주인공이 나와서일까…<베킷>

※스포일러 있어요


<베킷> 촬영 현장 사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베킷>은 기대를 충족시키는 액션물은 아니다. 추격 과정도 아주 시원하지는 않고, 사건의 내막에 숨겨진 진실이나 반전도 대단히 짜릿하지는 않다. 


그런데 이런 느낌을 받는 이유가 <베킷>에만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나는 작품을 보며 어쩔 수 없이 자꾸만 <테넷>을 떠올렸고, 주인공(존 데이비드 워싱턴)이 세련되고도 빠른 걸음으로 공간을 가로지르며 사건을 해결하기를 기대하게 되었다. <베킷>에서 그가 가만히 서 있을 때, 내게는 그가 단순히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달려야 하는 상황에서 주춤대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비키 크리엡스의 경우에도, 은밀하게 활동하는 <베킷>의 사회 운동가 대신 순진하고 로맨틱하며 끝내 독하게 변해가는 <팬텀 스레드>의 한 여인의 얼굴이 자꾸만 어른거렸다. 그러면서 순간 그녀가 남자와 로맨스를 그려내지 않을까 기대했다면 허튼 고백일까.

 

내게 존 데이비드 워싱턴은 <테넷>이 끝난 이후에도 그 작품의 속도와 감성을 마치 큰 망토처럼 자기 주변에 두르고 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가 서투른 동작으로 허둥지둥 도망갈 때나, 영화가 <테넷>과 다른 리듬으로 진행될 때마다 무언가 기묘한 이질감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그 이질감의 정도가 심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옅은 바람이 불듯 순간적으로 스쳐간 느낌을 서술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뿐만 아니라 <베킷>에 실망한 관객 중에는 무의식 중에 <테넷>을 떠올리다가 그것이 아님을 자각하는 순간 실망을 느낀 사람도 어느 정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러고 보면 배우가 전작과 전혀 다른 작품에 등장해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고 홍보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그런 분위기 전환이 영화를 위해 반드시 좋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관객들은 하나의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를 통해 다른 영화를 같이 상기하게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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