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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Jan 31. 2018

실화 속의 장르, <올 더 머니>

리뷰


※ 약한 스포가 있습니다



<에일리언>(1979), <블레이드 러너>(1982), <글래디 에이터>(2000) 등에 이어 최근 <마션>(2015)을 선보였던 거장 리들리 스콧이 신작 <올 더 머니>로 돌아왔습니다. 이 영화는 실화인 '석유 재벌 폴 게티 손자 유괴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주연인 미셸 윌리엄스, 마크 월버그 등의 호연이 돋보입니다. 미셸 윌리엄스는 <우리도 사랑일까>(2011), <맨체스터 바이 더 씨>(2012)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배우죠.


영화는 대부분의 시간을 유괴 사건의 전말, 그리고 자본가로 대변되는 폴 게티와 그의 며느리와의 충돌을 그리는데 할애합니다. 폴 게티는 악마화 된 자린고비의 형상으로 등장해요. 이와 관련된 부분은 정재형 평론가가 글 "자본은 잠들지 않는다 다만 몰락할 뿐이다, 2018.1.22., 르몽드., http://m.ilemonde.com/news/articleView.html?idxno=8193"에서 상세히 다루고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랄게요.



제가 영화에서 주목한 부분은 폴 게티와 관련된 부분인데요, 영화는 그가 등장할 때마다 흑백영화, 혹은 무성영화에서 등장할 법한 웅장한 음악을 깔고 있습니다. 거기 더하여 그의 노쇠한 얼굴과 극단적인 성격 덕에 폴 게티는 실존 인물이라기보다 하나의 캐릭터, 혹은 장르로 보여요. 그가 등장하는 순간은 영화가 잠시 악당이 등장하는 고전 느와르처럼 장르화 되는 것이죠. 이것은 영화가 시작할 때 "실화에 바탕한 이야기"라고 명시하는 것과 충돌하여 더욱 이질적으로 느껴집니다. 반면 그의 손자나 며느리가 등장하는 장면은 꽤나 사실적인 톤으로 그려지죠.


실화인 이야기와 장르화 된 캐릭터 사이의 간극. 이 간극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올 더 머니>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계속해서 생각 중이고요. 다만 한 가지 짚고 싶은 것은, 폴 게티를 영화 자체에 대한 은유로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인간성을 버려가며 부를 축적하여, 결국 자기만의 왕국을 건설합니다. 그러나 영화가 유독 추상적으로 형상화하는 인물, 폴 게티가 종국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결국 보는 이에게 맡겨진 문제겠지요.

리들리 스콧의 평작이지만 실화를 이끌어가는 힘, 감독 특유의 연출력에 기대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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