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문화 비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가 홍수정 Jan 02. 2022

스걸파 논란에 대한 생각

이제 논란이 한 풀 꺽인 것 같아 가볍게 얘기를 해보자면

이번 사단에 대해 엠넷이 어느정도 예상을 하고 판을 깔았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출연자가 논란에 기여한 바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서바이벌 명가로 유명한 엠넷이 '트레이드 안무'를 만들며 이런 상황도 예상 못했을까 싶다. 


전달하는 안무의 퀄리티에 대해 아무런 제약이 없는 상태에서 누군가는 선물을, 누군가는 벌칙에 가까운 안무를 상대에게 던져준 셈이다. 미성년자를 상대로 경쟁심을 한껏 고취시킨 상태에서 이런 룰을 내걸며 논란을 야기한 것 자체가 (고의는 아니라고 쳐도) 적절치 않아 보인다.


출연자의 잘잘못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한 나왔으니, 여기서는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이 방송을 보는 우리는 무엇에 화를 내고 있는 것일까.


이번 논란은 분명 걷잡을 수 없이 과열된 감이 있는데, 그 이유는 우리가 출연자들을 바라보며 실은 그 이상을 보고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걸파를 보며 버겨운 경쟁에 내던져진 우리 자신과, 치밀하지 못한 규칙, 그 틈새를 파고드는 갈등, 이를 제지하지 않는 무책임한 관리자, 그리고 이런 갈등이 결과까지 연결되는 불쾌한 경험을 떠올리게 된다.


사실 이런 상황은 치열한 수험 생활과 취업을 반복해 온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것이다. 우리는 수없이 '친구'라는 이름의 경쟁자와 '협동'이라는 허울 아래 비릿한 경쟁을 반복해 왔다. 오죽하면  '조별과제'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어감으로 통용될까. 협동과 경쟁의 애매한 동거는 그 자체로 보는 이의 히스테리를 자극하고, 배려가 손해로 이어지는 서사는 너무도 익숙해서 머리가 지끈거리는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데일 듯 뜨거워지는 논란의 양상을 지켜보며, 나는 이런 상황으로부터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고 거세게 분노하는 우리의 모습이 조금 서글프다는 생각을 했다. 거기에는 우리가 투영한 사회의 일면이 담겨 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무수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런 연출을 뚝심있게 반복하는 엠넷도 어찌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욕을 하면서도 치열한 경쟁, 뚜렷한 선악의 대립, 날 것 그대로의 욕망이 튀어나오는 순간을 보는 맛에 엠넷을 틀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과하다는 것이다. msg를 적당히 뿌려야 맛있는 건 알겠다구. 그런데 너무 퍼넣어서 사람들이 토하잖아요 ㅠㅠ 예민한 이슈에 대해서는 적당히 강도조절하는 센스가 필요한 시점이다. 연애할 때도 밀당이 적당해야 재밌지 너무 심하면 피폐해지다가 그냥 떠난다고. 

그나저나 나는 본새 쩌는 에 에 에이치를 더이상 못보는게 아쉬울 따름ㅜ

매거진의 이전글 윤여정의 수상소감이 멋진 이유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