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영화평론가 홍수정
Apr 24. 2022
일상을 성찰하게 되는 일요일 낮.
오늘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글을 쓸까.
늘 그랬듯 타르트 조각을 입에 물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삼키며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가만히 창 밖을 쳐다보았다. 눈부시게 화창한 날씨라 나도 모르게, 화사한 글감을 찾으려고 이리저리 머릿속을 두리번거렸다. 누가 그래야 된다고 말한 적도 없는데, 계절에 맞는 옷을 입듯 봄에 맞는 밝은 감정을 꺼내어 종이 위에 이쁘게 펼쳐내야 된다고 생각했다. 소풍 가는 날에는 애써 명랑해지는 것처럼.
그렇게 마음을 살피는 도중 의외의 것이 눈에 띄었다.
분위기를 망칠까 봐 몸을 웅크리고 있는 나의 슬픔들.
봄이 와서, 날씨가 좋아서 좋았다. 하지만 봄이 왔다 하여 내 속에 있던 슬픔들이 사라질 리 없다. 보다 조용해졌을 뿐이다. 그동안 그것들이 마치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파티에 참가해 구석에 가만히 앉아있는 사람처럼 조용히 눈치를 살피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화사한 봄의 정취를 망칠까 봐. 선뜻 밖으로 나서지 못한 채.
생각하니 나뿐일까 싶었다.
따듯한 봄이 왔다는 사실에 모두 상기되어 있는 지금. 이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감정을 가슴에 조용히 품고 티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꽤나 많으리라. 이 봄에 어울리지 못하는 고민과 우울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화창한 계절에 어울릴 수 없어 홀로 외로이 있는 것들이 꽤나 많을 것이라고 짐작한다면 나만의 자기위안일까. 말할 수 없는 슬픔은 서럽다.
봄바람이 안겨주던 선물 같은 설렘이 지나가고, 이제 잠시 눈을 떼었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기.
그간 살펴주지 못했던 슬픔에게, 몸을 숨기고 있었던 감정들에게 다시 손을 내밀어야겠다. 내 안에 몸을 누인 감정의 조각들이 소외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