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영화평론가 홍수정
Apr 11. 2022
오늘 봄자켓을 세탁소에 맡겼다.
당분간 입을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지난주만 해도 도톰한 봄자켓을 꽤 기분 좋게 입었는데, 오늘은 같은 옷을 입고서 덥다고 느꼈다.
따듯하고 아늑한 날씨.
딱 걷기에 알맞은 날씨이지만, 조금 더 더워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정확히는 여름밤을 기다린다.
후텁지근한 온도. 깜깜한 풍경 속 들리는 매미 소리. 헐렁한 반바지를 입고 머리를 대충 질끈 묶고서 하드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거리를 어슬렁거리고 싶다.
지금의 날씨는 충분히 사랑스럽지만 열정적이지 않으니.
나의 시간도 그랬다.
뜨거운 10대의 여름, 쌀쌀한 20대의 가을과, 매서웠던 최근의 겨울까지 지나왔다. 늘 살랑대는 봄처럼 살고 싶었던 바람과는 다르게.
그리고 영원히 차갑게 맺혀 있을 것 같았던 가을겨울도 어느새 녹아 흘러내리고 있음을 느낀다.
여름의 기척이 느껴지는 이 밤, 후끈한 바람이 몸을 감싸는 계절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나도 모르게.
노래 가사도 멋대로 바꿔 흥얼거리며.
뜨거운 여름밤은 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