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단 거를 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케이크, 빵, 커피(그냥 아메리카노 말고 이름이 매우 긴 '블라블라 라떼' 뭐 그런 거).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아니다.
물론 다이어트가 필요하긴 하지만, 이런 결심을 한 이유는 음식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덜 쓰고 싶어서다. 식사도 단출하게 하고 싶다. 비록 조동아리는 이미 맛집에 중독되어 버렸지만, 이제 식사는 최대한 기본에 충실하고 심플하게 해볼까 한다.
쩝쩝박사로서 먹고, 마시고, 맛집을 찾고, 배달앱에서 신규 음식점을 찾는 일들이 매우 즐겁기는 하다. 그런데 거기 지나치게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니, 진실을 깨달아버렸다. 어떤 날은 하루종일 '밥은 뭐 먹지, 디저트는 뭐 먹지, 아 배부르다 어떻게 소화하지.. 밥은 뭐 먹지' 이런 생각만 하고 있으니까. 즐거운데, 계속 이렇게 살고 싶진 않아!
그러니까 이런 결심을 떠올린 건 어젯밤 11시였다.
그때 나는 영화를 틀어놓고 입에 케이크를 물고 있었다. 그리고 새해를 기다리며 영화를 보다가 어어 카운트다운이네 10, 9, 8.. 2023년이야! 아 감격스러워, 지난해도 고생했어ㅠ 기특하니까 케이크 한 입. 아 맞다 내 새해 결심..
그렇게 최단기 실패 기록을 달성했다.
0.8초 정도? 케이크가 접시를 떠나 입에 도착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니까. 앞으로 작심삼일이라는 사치스러운 사자성어는 쓰지 말아야지. 그건 삼일이나 노력한 거잖아.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먹는 음식이 곧 그 사람이라고. 나는 케이크라는 날카로운 자각과 함께 시작하는 2023년, 다짐한 것들을 잘 지키며 살 수 있을까? 새해 결심이 무너질까 걱정하는 분들. 느려. 제가 한 발 빨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