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의 모양은 다양하지만, 나는 내 별 것 없는 골방에 앉아 책을 들여다보며 아이스커피를 한 움큼 들이켜고 이따금씩 창밖을 내다볼 때 진정한 쉼을 느낀다. 책상에는 밑줄을 그을 때 쓰는 색연필 두 개. 저쪽에는 널브러진 핸드로션. 바닥에는 채 못 읽고 쌓아둔 책들. 그중에 하나를 집어 들어서 좋은 구절을 읽다가 거기서 나만의 생각이 뻗쳐서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문득 창밖을 내다볼 때. 그 짧게 스쳐가는 찰나에 나만의 휴식이 있다. 언제든 자리에 앉아 책만 펴면 찾아올 것 같지만 의외로 만나기 힘든 귀한 손님.
얼마 전부터는 벌써 올 해의 반이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울렁거린다. 시간은 그저 시간일 뿐,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 되지.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이정표가 될 만한 시점이 오면 기분이 묘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뭔가 특별한 것을 해야 할 것만 같은데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 널을 뛰어 대는 기분과는 달리 마냥 한적한 일요일의 한낮. 멀리서 메아리처럼 아스라이 들려오는 새소리. 복잡한 머리와 고요한 풍경의 간극에 한 동안 마냥 넋을 놓게 되었다.
예전보다 한층 포근해진 오후 5시. 창을 통해 따듯한 온기가 느껴진다.
산책을 나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