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영화 <영웅>의 무거움과 가벼움
영화 <영웅>이 개봉되기 하루 전, 씨네21 사무실에서 송경원 평론가님과 만났습니다. 웹진 <한국영화>의 코너 'Yes or No'를 위한 대담을 진행했어요. 진행을 맡은 남선우 기자님이 저의 개떡 같은 멘트도 찰떡같이 정리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송 평론가님과 저는 <영웅>에 대한 총평은 비슷했지만 영화에 바라는 방향이 정반대로 달라서 재미있었던 기억이 납니다(송 평론가님은 좀 더 묵직하게 갔어야 했다고 하시고, 저는 보다 가벼운 부분이 늘어났어야 했다는 취지). 영화에서 좋게 느낀 넘버도 달랐는데, 저 같은 경우 <누가 죄인인가> 같은 경쾌한 넘버가 오히려 와닿았고 송 평론가님은 보다 묵직한 곡들을 좋게 평가하셨어요.
일부 발췌한 부분을 붙입니다. 전문은 웹진 사이트에서 확인해 주세요.
- 대담 일부 발췌 -
송경원 평론가
<영웅>의 장단점 모두 윤제균 감독 특유의 스타일로부터 왔다고 생각한다. 윤제균 감독은 영화를 1년에 한두 편 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하고 만족할 수 있을 작업을 한다. 좋게 얘기하면 관객에게 맞추는 것이고, 나쁘게 얘기하면 관객을 무시하는 것으로 보일 만큼 평이하게 접근한다. <영웅> 또한 캐릭터 활용법부터 개그 코드, 눈물을 유발하는 장면까지 윤제균 감독답다는 점에서 그 스타일의 강점과 한계를 동시에 느꼈다.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영웅>은 한국 사람이라면 울컥할 수밖에 없는 대목, 즉 영화가 목표한 바를 확실하게 달성한다는 측면에서 상업영화로서 충분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 본다.
홍수정 평론가
<영웅>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한국적인 감성에 의존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가 안중근 의사를 생각할 때 떠올리는 대표적인 사진이 있지 않나. 그 이미지를 보면 안중근 의사의 숨겨진 이야기가 있을 것만 같은 복합적인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 <영웅>이 역사적 인물의 다양한 면모를 어떻게 해석할까 기대했으나 영화를 보며 기대가 충족되지는 못했다. 영화가 이미 알려진 서사에 기대어서 가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무난한 작품에 머무른 것 같다.
송경원 평론가
홍수정 평론가와 다른 입장이다. 더 묵직하게 갔어야 하지 않나 싶다. 무대에서는 괜찮았을지 몰라도 영화에서는 코미디 신들이 어울리지 않게 붙어서 중구난방이 된 것 같다. 가벼운 장면으로 활력을 높이기보다 안중근의 인간적인 고뇌를 더 깊이 있게 보여주면서 러닝타임을 단축했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홍수정 평론가
영화가 충분히 장엄하게 보이지 않았던 것은 연출의 문제가 아닐까. 인물의 고뇌를 표피적으로 단순하게 드러내서 그렇지 <영웅> 자체는 분명 비장미라는 한 가지 감성에 기대고 있다.
http://magazine.kofic.or.kr/202301/yes-or-no.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