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애프터썬>에 나오는 '폴 메스칼'에 대한 칼럼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래서 그의 전작인 드라마 <노멀 피플>(2020)도 돌려봤다. 사실 폴 메스칼도 잘 모르고 <노멀 피플>도 잘 몰랐는데, 2020년도에 영미권에서 대박을 친 뒤 이 계기로 폴 메스칼도 일약 스타덤에 오른 모양이다. <나의 해방일지>와 손석구의 인기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다.
처음 사진을 찾아봤을 때에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그의 작품들을 찾아보고 완전 반해버렸다. 주말 내내 <노멀 피플>에 빠져 있다. 각본, 배우 모두에게. 그리고 폴 메스칼은 뭐라 말로 설명하기 힘든 매력을 지녔다. 투박하고 섬세하면서 자연스럽고 사려 깊은 매력. 거칠고도 부드러운 느낌이 자신의 출신인 잉글랜드와 퍽 잘 어울린다. 매력이 정말 무서운 거 다들 아시죠? 사람 외모에 반하면 빠져나갈 구석이라도 있지, 매력에 빠지면 답도 없다.
폴 메스칼이 출연한 작품들은 신기하게도 그것이 담고 있는 감성을 쉽사리 설명하기 힘들다. 그건 이 배우가 좋은 각본을 고르는 능력이 출중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무수히 많은 미묘한 파동들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나는 이런 작품들을 볼 때마다 한 동안 말을 하고 싶지 않다. 섣불리 꺼낸 언어들이 내가 느낀 미세한 정서적 결들을 지워버릴 것만 같다. 미국에서는 티모시 살라메가, 잉글랜드에서는 폴 메스칼이. 자신만의 독특한 향기를 풍기는 젊은 배우들과 동시대에 있다는 것이 즐겁다. 혹시 아직 안 본 분들 <노멀 피플> 꼭 봐주세요. 젊은 날의 사랑에 대해 이만큼 예민하고 조심스럽게, 또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을 근래 본 기억이 없다.
#2.
얼마 전에 <전지적 참견 시점>을 보니까 배우 권율이 나오더라고.
신기하다 생각했다. 왜냐면 무수한 영화의 시사회들을 다니면서 (물론 먼 거리에서 잠시 동안 본 것에 불과하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배우가 권율이었다.
어떤 영화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는 시사회에 참석한 여러 배우들 중에서 단연 돋보였다. 왜냐면 자신의 영화와 배역에 대해 정확하고도 깊이 있는 말을 했고, 그게 단순히 준비해 온 스크립트가 아니라 정말 자신의 생각이라는 점이 느껴졌다. 게다가 말하는 중간중간 적절히 유머를 가미하는 센스나, 기자들에게 일대일로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말하는 감각 등이 모두 좋았다. 물론 실물이 훨씬 잘생기기도 했고. 한 마디로 스크린보다 일상에서 접했을 때 인간적인 매력이 훨씬 큰 배우라, 저런 면이 영화에 반영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이 예능, 저 예능에 잘 나오는 것을 보면 방송 작가들도 보통 감각으로 하는 게 아니구나 싶기도 하고. 하지만 아쉬운 건 (아무래도 예능이다 보니) 코믹한 이미지가 강조되던데, 차분하고 지적인 면을 보일 자리가 많이 마련되면 좋을 것 같다. 근데 내가 걱정 안 해줘도, 계속 더 잘 될 것 같다.
그 외에 특히 기억에 남았던 배우는 연우진인데, 다른 거 없이 그냥 실물이 워낙 멋져서 기억에 남았다.
눈이 크다거나 이목구비가 잘생겼다거나 뭐 그런 의미가 아니다. 큰 키에 균형 잡힌 피지컬, 작은 얼굴, 상쾌한 미소 이런 것이 어우러져 뿜어내는 아우라가 멋짐 그 자체였다. 연우진을 '편안한 인상이 매력적인 배우'로 인식했으나 그의 실물을 본 순간 내 마음은 전혀 편안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잘생김이 작품에 잘 드러나는 것 같지는 않다. 그 이유는 '잘생김을 연기'하는 부분에 보완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 같다. 일상에서 누군가의 실물이 이쁘거나 멋지면 보는 사람이 알아서 요래조래 눈을 돌려가며 감상할 수 있겠지만, 영화는 다르다. 아무리 잘생겼어도 평면적인 스크린에서 그 얼굴을 멍하니 보는 것은 이쁜 풍경 사진을 하염없이 보는 것만큼이나 지루한 일. 알아서 자신의 매력을 시시각각 다채롭게 뿜어내는 foxy 한 스킬이 필요한데, 결국 스타의 인기란 그것으로 결정되는 게 아닌가 싶다. 이걸 정말 잘하는 배우가 티모시 살라메고. 이 분은 작품의 장르에 따라 서로 다른 결의 잘생김을 다채롭게 연기하니, 타고난 외모와 연기력을 떠나서 스타로서의 끼도 엄청나다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