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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May 28. 2023

쓸 수 없다

요즘은 지쳐서 무언가를 쓸 수가 없다. 지쳤다기보다 가라앉은 채로 떨고 있다. 한 자도 만족스럽지가 않다. 방금 쓴 세 문장도 눈에 차지 않는다. 

너무 기대를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간 할 일을 못해서 그런 걸지도. 천박한 말들에 질린 것일지도 모른다. 실어증의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이유와 끝 모를 정지 상태. 뜨거운 아스팔트 바닥에 말라붙은 채로 멈춰 선 두꺼비.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때는 걸음걸이가 달라야 할 텐데. 

이런 것이 삶이고, 때로는 나 홀로 맘 속의 깊은 수렁에 빠지기도 한다는 것. 올라서려는 마음과 지친 몸 사이의 간극으로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는 때도 있다는 것. 배웠다. '괜찮다, 다 괜찮다'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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