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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Jul 09. 2023

비 오는 날에 만나는 세계

비가 오는 날엔 비를 피할 기회가 생긴다.  

비를 피한다는 핑계로 길가 어느 카페에 쏙 들어가 창가 자리에 앉아 죽치고 있을 기회가 생긴다. 소나기처럼 반가운 휴식. 카페라테를 홀짝인다. 창밖의 비를 보는 기분은 좋다. 잠깐 빗줄기가 약해져서 카페를 나서기 적당해질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은 나만의 소소한 놀이 같다. 비가 오는 날에는 행복해질 기회도 같이 찾아온다. 잡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평안해진다.

후둑 후둑 하는 소리. 물로 덮인 거리. 비가 내리는 순간 마치 다른 조명을 켠 것처럼 달리 보이는 세상의 풍경. 조금 차분해진 사람들의 분위기. 비가 올 때에만 만날 수 있는 세계를 알고 있다. 다가오는 장마에 비가 싫어지는 순간도 있겠지만 그래도 오늘 창밖의 풍경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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