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영화평론가 홍수정
Jun 26. 2023
보고 싶다는 말은 이상하다.
생각을 말했을 뿐인데 자꾸만 감정의 영역으로 번진다. 마음을 설명했을 뿐인데 고백이 된다. 아무리 건조하게 운을 떼도 끝날 때쯤에는 일렁인다. 이 말 앞에서 나는 차가울 수 없다.
보고 싶다는 인식은 말로 뱉어지는 순간 거대한 소용돌이로 변하여 그리움의 파고 속으로 우리를 이끈다. 이렇게 강한 중력으로 주변을 휘감는 말이 있을까. 사랑한다는 말보다 은은하고 강력하다. 그래서 내뱉기가 겁나. 하지만 역시, 보고 싶다.
어떤 때에는 중얼거림, 어떤 순간에는 설렘이다. 때로는 원망이고 가끔은 좌절이다. 그러나 버릴 수 없다. 내 생각보다 더 감성적으로 분위기를 바꿔버린다 해도, 그게 너 혹은 나조차도 견딜 수 없게 온도를 높인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니까.
보고 싶어, 말하는 순간 나는 현재에서 미래로 이동한다. 너를 보게 될 어느 순간으로. 그래서 조금은 강해진다. 나는 미래의 어느 지점에 있기 때문에 현재의 고단함으로부터 한 발 멀어질 수 있다. 마치 비 오는 날에 도로변을 달리는 자동차처럼 자꾸만 기분에 찬물을 끼얹는 사람을 만나도, 양말이 젖을지언정 손은 따듯할 수 있다.
그 말이 늘 내게 친절했던 것은 아니다. 감옥이었던 때도 있으니까. 보고 싶다 중얼거릴 때마다 나는 자꾸만 다시 올 수 없는 과거의 어느 지점으로 끌려가곤 했다. 지금은 아니다. 고작 뒤를 돌아보는데 이 말을 쓰지 않겠다.
몽롱하고 쓰라린. 그래도 놓고 싶지 않은. 소리 내어 말해보았다. 바람 같은 주문이 스쳐 지나갔다. 이 짧은 순간을 위해 오늘 이곳에 이른 것 같은 착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