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과 <앨리멘탈>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비교적 일찍 <앨리멘탈>을, 비교적 늦게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을 봤다. 이건 두 영화에 대한 가벼운 단상.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은 거의 없었던 내 머릿속 기대를 꾸역꾸역 넓혀 꽉꽉 채워주었다. 특히 놀라운 것은 액션씬. 에단(톰 크루즈)의 카체이싱 장면은 긴 시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역시 액션에서 중요한 것은 리듬감이다. 어떤 순간에는 충분히 보여주고, 어떤 순간에는 보여주지 않은 채로 넘어가는.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적절한 리듬감. 그런 측면에서 <미션 임파서블>의 액션 장면들은 어떤 경지에 달했다. 지난해 개봉했던 <더 배트맨>에서 본 베트맨(로버트 패틴슨)과 펭귄맨(콜린 파렐)의 카체이싱 장면 이후로 가장 만족스러웠다.
<탑건: 매버릭>(2022)에 이어 자신의 인장을 찍는 톰 크루즈의 존재감은 경이롭다. 나는 최근 들어 진정한 '스타'로서 스크린을 활약하는 배우를 톰 크루즈밖에 보지 못했다. 연기력도 좋지만, 스타의 아우라로 영화를 이끌고 가는 모습을 입을 벌리고 봤다. 깊은 눈과 단단한 어깨를 볼 때 그가 출연했던 무수한 영화들의 향기가 같이 전해지는 것 같다. 그는 스크린 위에서 완전히 에덴도 아니고, 완전히 톰 크루즈도 아닌 그 사이의 무엇이다. 대체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런 것. 스타 배우를 꿈꾸는 모든 이들이 눈에 새겨야 할 모습이다.
한편 <앨리멘탈>을 생각하면 씁쓸하다.
다시 돌아온 픽사에 너무 큰 기대를 했던 탓인가. 영화는 여태 보여준 적 없는 새로운 이미지로 환상적인 세계를 지었지만 이건 내가 기대했던 픽사의 모습은 아니다.
픽사 감성의 핵심은 '이별을 통한 성숙'이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도, 이 영화와 비슷하다 일컬어지는 <인사이드 아웃>도 그런 감성이 관통한다. 좌충우돌 여정을 떠났던 꼬마들은 여행하는 과정에서, 어른이 되기 위해 사랑했던 세계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통증이 얼마나 아픈지를 외면하지 않고 담담히 말해왔기 때문에 무수한 이들이 픽사를 사랑해 왔다.
하지만 <앨리멘탈>에는 성숙에 대한 고찰이 잘 보이지 않는다. 대신 이 영화가 주목하는 것은 다양성이다. 다양성 서사가 영화에 들어오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그것으로 여태 간직해 왔던 픽사 감성을 퉁치는 것은 곤란하다. 이 영화에서 성장을 위한 이별을 꼽는다면 가족을 떠나는 '앰버'와 '웨이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도 성장하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아이의 세계를 꼼꼼히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부모 품을 떠나는 자녀의 독립을 그리는 수준에 머무른다. <앨리멘탈>은 충분히 즐길만한 영화지만, 이런 작품은 픽사가 아니라도 만들 수 있다. 사실 <코코>에서부터 특유의 감성보다 이미지와 노래에 집중하는 기미가 보여 약간은 불안했지만 즐거운 외도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앨리멘탈>은 다르다. 내게 사랑했던 예전 픽사와의 이별을 고하는 작품 같은 느낌이 든다. 아쉬움을 감추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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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에서 보이는 픽사 감성의 변화 (brun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