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영화평론가 홍수정
Jul 25. 2023
밤하늘의 까만 빛깔을 멍하니 보다 보면 빠져든다. 나는 별 이유 없이 그저 밤의 어둠을 사랑한다. 우리 엄마는 자꾸만 "마음이 어두워서 그렇다"며 맥락 없는 공격을 하는데 나는 이제 방어를 포기했다. 어찌 되었건 저 까만 하늘의 황홀함을 알았으니 상관없다.
멍하니 보다 보면 또 이렇게 멍하니 시선을 보냈던 예전이 생각난다. 어쩔 수 없이 그 시간과 공명한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오래전에 내가 하늘로 보냈던 바람과 감정은 지금 내가 보내는 시선과 만날 수 있을까. 낮의 뜨거운 하늘과 다르게 밤의 하늘은 편안하고 또 아득해서 내 모든 비밀을 품어줄 것 같다. 나는 그 까만 밤하늘에 안겨 잠들고 싶다.
최근에 글을 쓰면서 자꾸만 '괜찮다'는 말을 되뇌었음을 깨달았다. 나는 아마도 괜찮고 싶은 마음을 글에 투영했을 것이다. 하지만 알고 있다. 사실은 괜찮지 않다. 무너지고 싶지 않아 외면할 뿐이고 너무 아플까 봐 들추어보지 않는다. 부모의 눈물을 차마 보지 못해 고개 돌리는 자식처럼 나는 나의 상처에서 황급히 눈길을 거둔다. 괜찮지 않다. 하지만 환한 낮에 이 감정을 꺼내지 않을 것이다. 상처가 곪는다 해도, 그래서 영구한 상흔을 남긴다 해도 그럴 것이다.
그래도 우연히 고개를 올려 본 밤하늘은 마냥 아득하고 아름답다. 빛나지 않아도 눈이 부시구나. 저 풍경이 저곳에 있는 한, 나는 언제고 괜찮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