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가 홍수정 Oct 11. 2023

가을에는 되돌아본다

돌아본다.

가을에는 자꾸 떠나보낸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니까 여름의 더운 김이 한 풀 가시고 시원한 바람이 살랑거릴 때 마냥 들떴던 마음은, 본격적으로 거리에 차가운 바람이 자리 잡을 무렵에는 서늘해지고야 만다. 나는 머리를 집어넣은 자라처럼 오그라든다. 곁에 없는 것들을 생각한다. 사람에 한정되지 않는다. 시간, 기회, 감정, 시절. 누군가와 헤어지지 않아도 가을은 언제나 이별의 계절이다.


영화 보기에는 좋은 날씨다. 봄에 자꾸만 집 나갔던 마음은 가을이 되자 방구석을 찾는다. 조용하고 예민하다. 방어력이 떨어져서 말랑해진 감성에는 영화가 잘 침투한다. 커피를 안 마셨는데도 떨린다. '가을 탄다'는 낡은 말에 담을 수 없는 버거운 마음이 찾아오는 데에는 이유가 없다. 


마음을 달랜다. 나쁜 일이 없지만 위로한다. 내가 내 손을 잡아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마치 친한 이가 문득 잡아오는 손길처럼. 계절은 단 한 번을 거르지 않고 쉴 새 없이 오고 간다. 그래서 아름답고 잔혹한 것. 이렇게나 여러 해를 보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어리광 부리지 말아야지. 이 조차도 어느새 지나갈 테니. 마음을 파고드는 한기도 계절의 선물이라면 소중히 받겠다고 다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득한 까만 빛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