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웡카>
※스프칼럼에 기고한 글입니다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남자 배우를 꼽자면 단연 '티모시 살라메'다. 제임스 딘, 리버 피닉스, 톰 크루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영화계를 이끌어 온 청춘 배우의 명단에 이제 그가 있다. 샬라메는 필모그래피도 화려하다. 아름다운 영상으로 국내에도 마니아층을 보유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8), 지구 종말 시나리오를 유쾌하게 풀어낸 <돈 룩 업>(2021), SF 대하 시리즈 <듄>(2021)까지. 그런 그가 다시 주연을 맡은 <웡카>가 지난달 31일 개봉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웡카>에는 여태 보아왔던 티모시 샬라메의 마법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있기는 하지만, 이전만큼 뚜렷하거나 짜릿하지 않다. 물론 폴 킹 감독의 미진한 연출력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 연출에 대한 언급은 생략하겠다. 그보다 더 흥미로운 얘기가 있으니까. <웡카>를 보며 나는 배우 티모시 샬라메와 유독 잘 맞고, 잘 맞지 않는 장르가 따로 있음을 알았다. 모든 배우가 그렇듯, 샬라메에게도 상성이 맞는 장르가 따로 있는 것이다. 지금 영화계를 휘어잡은 매력남 티모시 샬라메의 강점, 그리고 숨겨진 약점은 무엇인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티모시 샬라메는 매력이 뚜렷하다. 남자치고는 여리여리한 몸, 소년미를 간직한 얼굴, 어떤 배역이든 준수하게 소화하는 연기력. 그러나 무엇보다 강력한 그의 매력은 '분위기'다. 장난스러우면서 위태롭고, 귀여우면서도 서늘하다. 쉽게 가질 수 없는 양가적 매력이 그에게는 있다. 그렇기에 샬라메는 방황하는 청춘의 역할에 제격이다.
양면적이라는 것은, 빛과 어둠처럼 반대되는 두 속성을 지녔다는 뜻이다. 샬라메도 해맑은 얼굴 이면에 한 스푼의 우울을 지녔다. 그가 활약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레이니 데이 인 뉴욕>, <듄>, <본즈 앤 올>(2022) 모두 이런 특징을 공유한다. 물론 <레이디 버드>(2018)나 <돈 룩 업>에서 맡았던 어리고 밝은 배역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홈런을 친 작품들은 대개 샬라메의 몸에 깃든 우울을 낭만적으로 녹여내는 데 성공했다.
다시 <웡카>를 보자. 이 작품은 마치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동화적이다. 고난과 역경은 있지만, 촉촉한 우울이나 어두운 그림자는 없다. 이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일관되게 밝은 무대 위에서 티모시 샬라메의 희뿌연 매력은 자취를 감춘다. 이것은 마치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매력적인 배우에게 시종 형광등을 들이대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물론 샬라메는 윌리 웡카를 충분히 훌륭하게 소화한다. 영화도 킬링타임으로 즐기기에 나쁘지 않다. 하지만 티모시 샬라메의 리스트에 올릴 만한 작품은 아니다. 일부 필모그래피에서 샬라메의 존재감은 다른 배우로 도저히 대체되지 않는다. 하지만 솔직히 <웡카>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 이것은 노력을 뛰어넘는 상성의 영역이다. 다른 말로 '궁합'. 그러니 배우 티모시 샬라메에게 <웡카>의 가장 큰 효용은, 그에게 잘 맞는 장르가 따로 있음을 알게 해 줬다는 점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있다. 바로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 이 알록달록 신나고도 기이한 세계는 팀 버튼이 창조했다. 여기에서 주연을 맡은 조니 뎁은 웡카 역을 훌륭하게 소화할 뿐 아니라 강렬한 매력을 뿜어낸다. 배우 조니 뎁의 엉뚱하고 신비로운 분위기와, 어딘가 비밀을 품은 듯한 웡카 캐릭터는 서로 찰떡궁합이다. <가위손>(1991)에서부터 합을 맞춰 온 감독과 배우의 케미스트리는 남다르다. <웡카>와는 반대로, 장르와 배우의 특성이 제대로 맞아떨어진 사례라 하겠다.
이제 확실히 알았다. 티모시 샬라메에게는 앳된 느낌이 감돌지만, 그렇다고 그가 디즈니에 어울리진 않는다. 그는 어딘가에 소년미를 간직하고 있으나, 역설적으로 성숙한 감성의 영화에 훨씬 잘 어울린다. 샬라메가 필모를 훌륭히 쌓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맞는 장르를 알아보는 눈이 필요할 것이다.
특별한 매력을 가진 사람은, 자신에게 맞는 장소를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개성 강한 꽃은 알맞은 토질에 뿌리내릴 때 만개할 수 있다. 비단 티모시 샬라메에게만 적용되는 교훈은 아닐 것이다. 문득 서 있는 곳을 돌아보게 되는 오늘이다.
※원문 https://premium.sbs.co.kr/article/hJBrgW10Ls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