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쟁이와의 한 판은 권선징악의 짜릿함을 보여준다.
<오버워치>에도 핵이 등장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하향세로 접어들게 한 그 해충 같은 핵이 <오버워치>에 다시 등장했다. 바로 '에임핵'이란 놈이다.
<오버워치>는 FPS 장르다. 총을 쏴서 적을 맞추는 게 핵심이다. 에임핵은 FPS 장르에서 주로 등장하는 불법 프로그램이다. Aim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적의 머리를 자동으로 조준할 수 있게 해준다. 내가 마우스를 직접 움직이지 않아도, 총구가 이미 적의 머리를 향해있다. 게다가 적의 움직임을 자동으로 따라간다... 클릭만 하면 적들을 제압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핵인 것이다.
에임핵을 사용하는 플레이어는 '핵쟁이'라고 불린다. 이런 핵쟁이들은 거의 전지전능한 실력(?)을 보여준다. 그들의 플레이 영상을 보면 정말 엄청나다. 에임이 적의 머리를 따라간다.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적도 잡아낸다. 거의 무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핵쟁이들을 이기는 플레이어들이 있다. 에임핵을 상대로 승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천상계' 사람들이다. 요즘 유튜브에선 핵쟁이들을 상대로 '정의구현'하는 콘텐츠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오버워치를 바둑에 비유한다면, 에임핵을 사용하는 플레이어는 '알파고'를 등에 업은 바둑기사와 같다. 이길 수가 없다. 이기는 게 이상하다. 그럼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오버워치가 '팀플레이' 기반이기에 가능하다.
핵쟁이들은 일반적으로 '운영'에 약하다. 전체적인 경기의 흐름을 보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천상계 사람들은 이런 운영 능력에 실력까지 겸비하고 있기에 천상계로 올라온 유저들인데, 핵쟁이들은 그렇지 않다.
이게 정말 재밌다. 일단 정상적인 경기가 아니기에 희귀한 콘텐츠다. 그리고 에임핵을 쓰는 플레이어들을 이기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만
사실 이런 콘텐츠가 정말 재밌는 이유는, 핵쟁이들이 밉기 때문이다.
핵쟁이들을 돕는 적 플레이어들이 더 밉다. 그들도 핵이 나쁜 거라는 건 알지만 점수를 위해서 짐짓 모른 채 한다. 승리 점수를 위해 자존심을 내려놓는다. 정말 때려주고 싶다.
일반적인 경기에선 선악구도가 형성되지 않는다. 그냥 평범한 사람들끼리의 대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임핵이 관여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게임은 게임 이상의 어떤 '정의로운' 것이 된다. 선과 악이 나누어진다.
착한 사람들이 악당들을 무찌르는 건 언제나 짜릿하다. 클래식이다. 반드시 이기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친다. 평소보다 훨씬 진지하게 게임에 임한다. 어떻게든 이기고야 말겠다는 투지가 느껴진다.
핵쟁이들을 상대로 승리한다. 카타르시스가 폭발한다. 이세돌이 알파고를 상대로 1승을 챙긴 것처럼 기뻐한다. 마치 만화 <원피스>에서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당을 날려버리는 루피가 떠오른다. <오버워치> 유저들 사이에서 '정의구현' 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에임핵을 상대로 승리한다는 것.
유한한 콘텐츠다. 이제 막 핵쟁이들이 태동하는 시기에만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블리자드가 불법 프로그램에 빠르고 깐깐하게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에임핵을 사용하며 방송을 하던 플레이어가 '실시간으로' 영구정지 당하는 일도 있었다. 영상 (열일하는 블리자드)
그래서 더 재밌다. 이길 수 없는 적을 상대로 이긴다는 것. 인공지능의 미래가 이렇지 않을까? 사람 대 사람의 게임보다,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이기는 게 오히려 신기한. 이런 인공지능과의 대결이 더욱 각광받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물론 선악구도가 제일 중요하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