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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예거 Aug 17. 2016

개돼지 발언은 혐오 사회를 가속화시켰다.

이게 파면만으로 끝날 일인가?

강남에 새로 오픈한 Shake Shack 버거 매장에 줄이 그렇게 길다는 인터넷 뉴스 기사를 봤다. 댓글엔 "저러니까 개돼지 소리를 듣지..."란 말이 있었다. 해운대를 비롯한 해수욕장에 쓰레기가 넘쳐난다는 기사를 봤다. 댓글엔 "개돼지들아 제발 쓰레기 좀 치워라"란 말이 있었다.


한 공무원이 "민중은 개돼지"라는 발언을 한 뒤로 한 달이 흘렀다. 공무원은 파면됐다. 하지만 '개돼지'라는 단어는 살아남았다. 살아남다 못해 괴물처럼 커져가고 있다. 국민을 무시하는 공무원에게 향했던 거대한 분노가 이젠 국민들 사이사이에 배어들었다. 무슨무슨~충 으로 서로를 혐오하던 사람들은 이젠 개돼지라는 단어도 같이 쓴다. 써먹기도 참 쉽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 비도덕적 집단은 전부 다 개돼지라는 딱지를 붙이면 된다.


사회에 만연한 혐오의 '총량'이 있다고 생각해본다면, 개돼지 발언은 이 총량을 훨씬 크게 증가시켰다. 사람들이 서로를 미워하게 만들고 서로를 개돼지라 부르게 만들었다. 새로운 욕을 탄생시켰다. 공무원은 파면시킬 수 있지만 개돼지란 단어는 지울 수 없다.


아름다운 단어의 쓰임은 줄어만 가는데 혐오 단어는 하나씩 늘어만 간다. 공무원 한 명이 정신적 전염병을 퍼뜨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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