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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예거 Aug 26. 2016

몬스터들에게도 학습이 필요하다

게임 속 괴물들에게 '머신러닝'을 가르치자

대도서관이 플레이하는 <다크소울3> 영상을 정말 재밌게 봤다. <다크소울>을 해본 적은 없지만 그 게임의 난이도에 대해선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는데, 정말 잡몹들 조차 위압감이 대단했다.


철갑을 입고 거대한 방패를 든 잡몹(그래도 엄청 강했다)이 있었는데, 유저를 상대할 때 방패를 치켜들고, 또 창을 들고 천천히 다가오는 모습이 진짜 무섭더라. 인공지능이 아니라 실제 사람이 움직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잠깐 들 정도였다.


<다크소울3> 방패기사, 포스가 ㅎㄷㄷ

게임 속 잡몹에게 어떠한 종류의 감정을 느껴본 게 언제던가. 초등학생 시절 <디아블로2>를 처음 플레이할 때, 액트1 카타콤에서 느꼈던 공포가 기억나더라. 나이가 어리기도 했고, 그땐 게임이란 거 자체가 희귀했다. 카타콤에서 문 하나하나 열 때마다 '실제로' 무서워했다.


카타콤은 초딩에겐 진짜 무서웠다


하지만 이젠 그런 감정을 느끼기 힘들다. 여러 RPG나 기타 게임들에서 악마들을 아무리 징그럽게 묘사해놔도 그닥 무섭지 않다.


왜일까? 아마 내가 나이가 들어서일 가능성이 크겠지만.. 몬스터들이 그냥 약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저에게 별다른 위협이 될 수가 없기에, 잡몹은 아무리 징그럽게 생겨도 잡몹에 불과한 거다.


몇 대 툭툭 치면 아주 현란하게 날아가서 구석에 처박힌다. 타격감을 극대화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냥의 쾌감은 줄어들고 있다.


<디아블로3>에선 어떤가? 해본 사람들이라면 알 거다. 몬스터들이 징그럽게만 생겼지 몇 번 잡다 보면 별 거 아니다. 솔직히 졸리다. 나도 피시방에서 졸아봤다.


냥이도 자게 만드는 디아3


아무튼, 몬스터라는 놈들도 진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유저들이 게임을 질려하지 않고 더 오래오래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생각해봤다. 만약에 <다크소울>의 몬스터들이 실제로 머신러닝을 장착한다면 어떻게 될까?


머신러닝(기계학습)이란, 기계가 차곡차곡 쌓이는 데이터를 분석해서 통계를 내고 스스로 학습을 하며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가도록 하는 알고리즘이다.


몬스터의 궁극적인 '목표'부터 생각해보면, 당연 플레이어를 죽이는 것이다.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


일단 <다크소울>은 기존의 인공지능을 베이스로 서비스를 시작하고 데이터를 수집한다. 유저가 주로 어떤 무기로 몬스터를 죽이는지, 칼로 베어 잡는지, 높은 곳에서 밀어서 잡는지, 한 마리를 처치하는 데는 시간이 보통 얼마가 소요되는지, 구르기(회피)는 몇 번 사용하는지, 구르기의 방향은 주로 어디를 향하는지, 이런 움직임 모두를 2차원으로 변환, 그래프로 표현해보는 둥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는 거다.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몬스터들에게 '유저들을 때려잡는 전략'을 업데이트한다. 이제 다크소울의 몬스터들은 더 전략적, 효율적으로 유저를 상대하게 된다. 난이도는 더 증가하겠지만 매니악들은 분명 열광하지 않을까?


데이터가 쌓이고 쌓인다면 진짜 흥미로운 광경을 게임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몬스터들이 협력해서 유저를 공격해온다거나 게임을 만든 개발자들조차 생각 치 못했던 방법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 정도 발전에 이른다면,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완전히 바뀔 것 같다.


몬스터들이 단순히 유저를 '공격'하기만 하는 게 아니고 몬스터들끼리 서로서로 '보호'하려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일단 쪽수가 많아야 효율적이라는 걸 배우게 될 테니까. 게임을 하며 몬스터를 잡다가 불쾌한 골짜기 감정을 느낄 수 있을지도?


알파고의 머신러닝이 가장 응용되어야 할 곳은 역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픽과 물리엔진이 발전하는 동안 '잡몹'들의 인공지능은 얼마나 향상됐는가?


 VR이고 AR이다 말들이 많지만,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가 게임 속에서 상대해야 할 괴물들도 학습시켜야 할 때가 왔다. 머신러닝이 적용된 <다크소울>의 잡몹들을 상상해보자. 짜릿하고 두근두근거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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