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피아노(말 그대로 classical한 피아노)에 비하면, 전자 피아노의 장점은 정말 많다. 일단 관리비가 들지 않는다. 가끔 먼지만 닦아주면 되는 정도? 시간이 지난다고 음이 비뚤어질 가능성도 없으며 기존의 피아노에 비해 가격도 말도 안 되게 저렴하고, 부피 또한 작다.
전자 피아노의 능력 또한 어메이징하다. 일단 낼 수 있는 소리를 바꿀 수 있다는 점. 그랜드 피아노처럼 깊은 울림을 흉내 낼 수 있으며, 현악기, 퍼커션(타악기), 오르간 등등... 소리를 다재다능하게 낸다.
볼륨 조절 기능은 또 어떤가? 밤엔 소리를 줄이고 연습할 수 있으며, 헤드셋을 끼면 아예 본인만 피아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게다가, 자신의 연주를 녹음하고 싶다면, 또 디지털 피아노만 한 게 없다. 선만 연결하면, 음원 손실 없이 100% clear한 음원을 딸 수 있다. 녹음을 유튜브와 같은 사이트에 업로드하고자 하는 사람에겐 너무나도 유리한 조건이다.
디지털 피아노의 단점은 '키감' 이었다. 누르는 키감. 과거의 피아노들은 무게감이라는 게 있었다. 낮은음은 키가 무겁고, 높은음으로 갈수록 조금씩 가벼워지는 느낌을 다들 알 것이다.
하지만 요즘 디지털 피아노들은 그런 키감까지 모방한다. 고급 디지털 피아노 모델들은 이런 키감의 미세한 차이마저 구현한다.
몇 년만 지나면, 업라이트와 같은 보급형 피아노들은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르겠다. 동네에 얼마 없는 피아노 학원들도, 모든 모델을 디지털로 바꿔놓겠지. 도저히 업라이트 피아노를 살 이유라는 게 없어질 것 같다.
오늘 17년 된 고물 피아노를 팔았다. 아니, 팔지도 못했다. 너무 낡고 고물이라서, 돈을 받기는커녕, 집에서 꺼내어 '처분해주는' 대가로 피아노를 떠나보냈다.
우리 집안의 역사가 담긴 피아노였다. 낡고 오래된 고물 피아노. 디지털 피아노는 늙지 않지만, 클래식 피아노들은 사람처럼 나이를 먹는다. 이젠 보내줄 때가 된 거겠지.
안녕, 피아노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