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무니야.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신 분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무니는 울지 않는다. 슬픈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무서워하지 않는다. 엄마인 헬리가 다른 사람들과 욕을 하며 싸워도 뒤에서 춤을 추며 장난치기 바쁘다.
필자는 영화를 보면서, 아이들이 너무 심각한 장난을 치길래, "언젠가 한 번은 엄마나 바비(모텔 매니저)한테 크게 혼나서 울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들을 혼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나마 혼낸다고 나온 장면이, 스쿠티 엄마인 '애슐리'가 정색하고 "엄마한테는 솔직하게 말해."라고 말하는 장면이 전부다.
무니는 딱 한 번 운다. 미국 아동보호국이 찾아와 무니를 데려가려고 왔을 때. 아동보호국 공무원이 "잠깐 엄마랑 떨어져서 다른 곳에서 지내고 돌아올 거야. 괜찮지?"라고 물어보니, "괜찮아요."라고 대답했던 무니. 엄마와 잠시 떨어지는 것엔 무심한 듯싶었으나, 뒤늦게 젠시가 떠올랐는지 난동을 부리기 시작한다.
젠시가 있는 옆 모텔로 뛰어간 무니. 젠시의 손을 꼭 붙잡고 울면서 말한다.
넌 내 가장 친한 친군데 이제 너를 못 보게 될지도 몰라.
엄마와 같이 길거리에서 향수를 팔아도, 친구들과 놀 곳이 없어서 폐건물에서 가구를 부수고 불을 지르면서 놀아도, 엄마가 숙박비를 벌기 위해 매춘을 하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해도, 울지 않던 무니가 눈물을 펑펑 흘린다. 단지 '친구를 못 보게 될까 봐.'
생각해보면, 이 영화 캐릭터들은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지독한 매일매일이 익숙해져서 마음의 굳은살이 베긴 것일까?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한국식 신파극이었다면, 아마 러닝타임 내내 질질 짰을 것이다.
우는 장면은 단 한 번뿐인데, 이상하게 그 슬픔과 울림이 오래 지속된다. 그 먹먹함이 결국 이렇게 글을 쓰게 만든다. <신과 함께> 같은 신파는 후반에 거의 10분은 눈물 흘리는 장면으로 채웠지만, 그때만 슬프지 영화관을 나오면 기억조차 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영화를 보신 많은 분들이 침 뱉는 장면에서 많이 놀랐으리라 생각한다. 필자도 놀랐다.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며 뛰어놀던 귀여운 아이들이 갑자기 침을 뱉고, 걸쭉한 욕까지 동시에 뱉어낼 줄이야. 션 베이커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관객의 멱살을 잡아 플로리다 '매직 캐슬' 한 복판으로 끌고 와 버린다. 강렬한 오프닝이다.
잠시 후, 차주(흑인 여성)의 딸 젠시가 등장한다. 무니가 발랄함과 유쾌함을 상징한다면, 젠시는 순수함 그 자체인 아이다. 표정도 그다지 없지만 시종일관 순수한 눈빛을 발사한다. 엄마 차에 침을 왕창 뱉은 아이들과도 바로 뛰어다니며 놀지 않는가.
하지만 어른들은 엄청 싸운다. 단적인 예로, 무니의 엄마인 헬리가 스쿠티의 엄마인 애슐리의 얼굴을 주먹으로 두들겨 패는 장면이 있다. 정말 살벌하게 때린다. 사운드도 퍽. 퍽. 퍽. 제대로 살렸다. 심지어 엄마가 맞는 장면을 어린아이인 스쿠티가 똑바로 보고 있다. 관객들이 순간적으로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를 경험한다.
무니 엄마 헬리는 아예 제대로 싸움꾼이다. 법규로 시작해서 법규로 끝나는 캐릭터랄까. 놀라운 점은, 헬리 역의 '브리아 비네이트'는 연기 경험이 전혀 없었는데, 신선한 얼굴을 찾고 있던 션 베이커 감독이 무려 '인스타그램'을 통해 캐스팅했다고 한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보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영화 음악이랄 게 마지막 장면뿐이었다. 영화는 극초반부터 엔딩 전까지 시끄러운 잡음으로만 가득하다. 헬기 소리, 싸우는 어른들의 고함 소리,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 때리는 소리, 무니가 목욕을 하며 들어야 했던 시끄러운 힙합 음악까지.
감독은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이야기를 풀어간다. 관객들은 "뭔가 좀 허전하다, 차갑다, 무섭다." 같은 감정만 느끼다가, 마지막에 무니와 젠시가 손을 잡고 디즈니랜드로 달려가는 순간, 해방감을 느낀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음악처럼 웅장하면서도 희망찬 음악이다. 감독은 이 음악에 'Celebrate'란 이름을 붙였다. 축하하고 기념한다고.
무엇을 축하하는 걸까? 무니는 곧 엄마, 젠시와 이별하고 위탁가정으로 보내질 텐데...
하지만 생각해보면, 좋은 가정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으며 자라는 게, 무니한테는 훨씬 잘 된 일이라 생각한다. 당장의 이별은 슬프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위탁 가정'이 무니의 새로운 '매직 캐슬'이 되겠지.
쓰러져서 자라는 나무는 처음부터 쓰러진 건 아니었을 것이다. 어느 정도 성장한 뒤에 쓰러졌기 때문에, 그 상태로 자랄 수 있는 거다. 처음부터 쓰러진 새싹은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어린아이도 마찬가지다. 안전한 집, 건강한 식단, 정상적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무니와 젠시는 무지개 끝에 숨겨진 황금을 찾아낼 수 있을까? 무지개 끝 황금을 지키고 있는 건, 어쩌면 못된 괴물이 아니라, 빈민층 생활 그 자체일 것이다. 무니야 항상 행복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