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수요일의 Y

낯설음

어니스트 헤밍웨이

by 최전호

숱하게 반복되는 사랑이라는 사건의 본질은 낯설음이다. 어디에선가 낯선 사람을 만나고(물론 알고 지내던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는 과정도 비슷하다), 그 사람에게 강렬한 욕망을 느껴, 그 사람을 유혹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순간, 우리의 감정을 이끌어가는 것의 팔 할은 분명 낯설음이다.

지금까지의 나의 세계를 뒤흔드는, 내가 느껴보지 못했던 강한 낯설음. 이질적이고 생경하지만 묘하게 끌리고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낯설음.

낯설음은 이질감과 비슷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이 사랑이라는 시스템 안에 들어오게 되면 하늘과 땅만큼 철저하게 상반된다. 이질감은 사랑을 배척하게 하지만 낯설음은 사랑을 자꾸만 나에게 밀어 넣으니까.



내가 Y를 사랑하게 된 것도 낯설음이었다.

게다가 내가 Y와 처음 만난 곳이 쿠바였으니, 세상의 낯설음이란 낯설음이 모두 모여서는 서로서로 강하게 스크럼을 짜고는 Y와 나의 공기를 감쌌던 것이 분명하다.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해봐도 말이다.

도대체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지?로 시작된 낯설음은 나의 세계를 뒤흔들었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외부의 침입에 적극적으로 방어해왔던 철옹성 같던 나의 세계와, 견고하게 다져왔던 인생관이 도무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절망적으로 오직 Y만이 나의 초라한 세계를 다시 아름다움으로 꾸며줄 유일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해 버리게 된 것이다. 그 순간 내가 말이다.


그녀와 비교하면 도대체 나라는 사람은 왜 이모양인가? 내가 건넨 시답잖은 농담에 Y가 가볍게 웃어주는 것만으로도 난 그녀가 나에게 사랑의 문을 열어줬다고 착각해버리고 마는데, "꼬히마르요? 저도 헤밍웨이 때문에 그곳에 가고 싶었는데. 같이 가요."라고 Y가 말했을 때, 순간 난 헤밍웨이가 내 생의 최고의 작가가 되었다. 비록 그 전까진 스콧 피츠제랄드를 가장 좋아했지만.


사랑이 시작되려 하는데 피츠제랄드가 도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개츠비도 데이지 앞에서 분명 그랬을 것이다.




가르치고, 여행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글을 씁니다.
저서로는 “첫날은 무사했어요” 와 “버텨요, 청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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