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떠나 다시 일상을 만나버렸으니 난감한 일이다.
싫은 것 들을 보지 않겠다고 떠나왔지만 도착한 곳에서 다시 맞닥뜨린 일상은 한숨뿐이다.
그럴 때면 나는 마음 한구석이 회색이 된다. 나에게 일상은 자주 회색이었다.
어떠한 것도 빛낼 수 없었던 회색.
떠나온 길 위에서 여행도 그렇게 회색의 일상이 되어버리곤 한다.
그것도 결국 여행이지 않겠느냐 스스로를 위로해 보지만 한 번 흐트러져버린 마음을 다잡기란 여간 쉽지가 않다. 맞다. 마음은 나에겐 한 번도 쉬웠던 적이 없었다.
설렘이 익숙함이 돼 버리고, 그 익숙함은 이내 지루해진다.
그리고 그 지루함에 몇 번인가 낯선 곳에서 발을 멈추고 마음을 닫았었다.
하지만 그렇게 분명 사소한 일상을 마주 칠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그런 일상을 마주하러 다시 떠나게 된다.
이번엔 마음만 이라도 특별해지자, 그렇게 마음먹자, 다짐한다.
어쩌면 여행도 당신도 나에겐 사소한 일상 일지 모른다.
하지만 비록 그것들이 사소할지라도 눈 감는다고 하여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사라지지 않으므로 다시 찾을 것이고,
다시 찾는다면 그때는 그래도 조금은 더 오래 서로의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이제는 가질 수 없는 것이 갖고 싶은 것보다 더 오래 빛난다는 걸 알 것 같다.
가르치고, 여행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글을 씁니다.
저서로는 “첫날은 무사했어요” 와 “버텨요, 청춘”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