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은
예민해진다

보름달은 별을 삼킨다

by 최전호

난 분명 말을 하지 않은 채 침묵했지만 그와 반대로 눈에 보이지 않는 감각을 키워갔다. 그리고 이런 감각은 가람이가 죽은 후 더욱더 견고해졌다. 눈이 안 보이는 맹인의 청각이 매우 예민해지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키운 감각은 감정의 흐름을 읽는 것이었다. 외모의 변화를 알아채는 것에는 항상 자신이 없지만 감정의 변화에는 나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건 주변의 공기를 움직인다. 보이지는 않지만 그런 공기의 변화는 적당한 색을 띤 채 내 눈에 들어온다. 이건 어쩌면 나만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능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분명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조금씩 이런 자신만의 독특한 능력들을 가지고 있다. 다만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그것에 무심할 뿐.

아쉬운 죽음이건, 다행스러운 죽음이건 결국 죽음이란 건 끝을 의미한다. 아무도 이미 끝나버린 것엔 관심을 갖지 않는다. 세상은 지독히도 새로운 것을 원하고 그런 새로운 것들만 인정해주니까.


그렇게 가람이의 죽음은 나에게만 요란했다.

그 날의 감정은 요동쳤고 세상은 변해버렸다. 아니 나의 세상만 변해버렸다.

세상은 계속해서 잔인하게 스스로의 톱니바퀴를 굴려나갔다.

세상이라는 시계는 나사 하나쯤 없어도 꾸역꾸역 흘러가니까.



가르치고, 여행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글을 씁니다.
저서로는 “첫날을 무사했어요” 와 “버텨요, 청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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