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은 별을 삼킨다
생각이 정리되고 이야기가 풀리는 곳이 있다.
그런 곳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곳이 화장실의 양변기 위건, 공원의 벤치이건,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의 옆이건. 복잡한 술집의 구석지고 눅눅한 자리이건 말이다
빛의 양과 온도와 습도와 공기의 냄새까지.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마음을 두드리고 입의 자물쇠를 풀게 하는 그런 곳.
그런 곳에선 입에서 쏟아지는 말들이 공중에 흩어지지 않고 서로 강하게 엉겨 하나의 의미를 만들어 낸다. 서로의 꼬리에 꼬리를 물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고 그 안에서 나의 감정들은 풀리기도 하고, 또 다른 의문을 나에게 가져오기도 한다. 들어줄 누군가가 없어도 상관없다. 나는 뱉어냈으므로 그만큼 가벼워진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사람들은 풀리지 않은 생각을 이야기로 내뱉지 않은 채 가슴속에 품고는 잘 살 수 없으니까.
나에게는 강이 그런 곳이다.
강은 묘한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많은 인생들이 서로를 위해 떠들어댄다.
그리고 난 그런 강을 좋아한다.
바다는 짜서 싫고, 산은 높아서 싫다. 그뿐이다.
강을 따라 걷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 해 봄은 봄답지 않게 무척이나 더웠었고 내 인생은 계속해서 꾸준하게 지루할 따름이었다. 그래서 난 맥주를 마시고 강을 바라보면서 간간히 내 이야기를 강물에 뱉어냈다. 그렇게 시간을 버텨내고 있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으므로.
난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를 강을 따라 걸으며 성실히 해냈다.
가르치고, 여행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글을 씁니다.
저서로는 “첫날을 무사했어요” 와 “버텨요, 청춘”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