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는 무리다.

왜냐하면, 엄마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나 많으니까.

by 꼬메뜨

2025년 8월 15일의 글.


생리를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게 너무 기뻤다.

매달 하는 생리가 이렇게 반갑고 기쁘게 다가올 일인가 싶지만, 이번에 생리를 안 하면 어떡하지를 지난 2주 동안 고민한 나에게는 그저 반갑고 기쁜 일이었다.

어쩌다 보니 딱 알맞은 기간에 관계를 갖고 난 후에 혹시라도 셋째 아이가 생기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밀려왔다. 남편에게 지금 시기가 너무 안 좋았다고 말하자, 생기면 낳으면 된단다. 생기면 무조건 낳기야 하겠지. 하지만 내 생활은? 내 앞으로의 계획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남편의 평소 같은 모습에 조금 속상할 만도 하지만, 그도 그럴만하다. 워낙에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또 그는 내가 아니기에 내 사정을 100% 이해하기 힘들다. 그저 자신이 아이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냥 순간적으로 뱉은 말일테지.


첫째 아이를 임신하기 전까지는 생리가 시작되는 게 고통스러웠다.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 모든 여자들이 겪는 순간일 것이다. 생리가 시작된다는 건, 이번에도 임신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니까.

하지만, 임신을 원하지 않는 순간에 생리가 시작된다는 건 이렇게나 기쁜 일이라는 것을 나는 처음으로 경험했다.

남편과 결혼 후 첫 3년 동안은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했다. 결혼을 늦게 하기는 했지만, 병원 검사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했고, 두 사람의 관계는 아주 좋았으니까 그냥 저절로 알아서 잘 생기겠지라는 생각이었다. 일본에서 난임 클리닉(일본에서는 여전히 불임병원이라고 말하지만)을 다니면서 인공수정, 시험관 시술을 통해서 얻은 우리의 첫째, 둘째 아이가 생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실패가 있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해서 아이를 낳고 보니, 기쁨은 크지만 그만큼 내가 몰랐던 세계에 대한 고통이 컸다.


남편은 몸이 고단한걸 힘들어했지만, 난 내 몸 보다 내 시간이 없어졌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


첫째 아이가 생겼을 때는 너무 조심조심하면서 생활해서 좋아하는 운동도 못 하고, 등산도 못 가고. 아이를 낳고 났더니, 너무 예민한 아이라서 내 시간을 쓸 수가 없었다. 아기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초보 엄마, 아빠라서 첫째 아이를 소중히 하느라 내 시간을 뺄 수가 없었다.


둘째를 낳고 난 이후에는 아이가 둘이다 보니 또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졌다. 아이를 낳으면서 하고 싶은 게 더 많아진 나는 이것저것 시도하긴 했다. 블로그도 쓰게 됐고, 유튜브 채널 운영도 하고, 당연히 영상 편집도 해 보고.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더 강해지면서 에세이를 써서 공모전에도 내 보고. (지금은 브런치도 시작했다!)


아이를 낳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아이를 낳는다는 건, 내 시간을 포기해야 한다는 걸.


정말 주변의 여러 도움이 없으면 엄마가 무언가를 시도하고, 시작하고, 그걸 유지하기가 어렵다. 금전적으로 해결되는 것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금전적으로는 여유롭지 않기 때문에 이 점이 힘들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는 올해 4월 넷째 아이를 출산하고 복귀한 여자 직원이 한 명 있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입사해서 4번의 출산, 육아 휴가를 쓰고 복귀했으니 사실 일을 한 기간보다, 출산/육아 휴가를 이용한 기간이 더 길다. 다행히도 일본의 많은 회사들은 여자들의 육아 휴가를 많이 존중해 주는 편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 당연한 게 한국에서는 꽤 문제가 되고 있다는 친구들, 그리고 동생의 이야기에 놀랍기도 하다.


어떻게 그녀가 4명이나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건지,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물어보았다. 너무나 다행히도 친정 엄마가 2세대 주택에 같이 살고 있다는 것이였다. 단독 주택에서 많이 사는 일본인들 중에는 이런 사람들이 많다. 땅을 가지고 있는 경우, 한 세대만 사는 게 아니라 출입구를 두 개를 만들어서 엄마 세대(혹은 시댁)와 자녀 세대가 같이 사는 것이다. 출입문이 다르니 집은 엄연히 나뉘어 있지만, 같은 건물에 살고 있으니 아이를 같이 돌봐줄 수 있게 된다. 4명을 낳고 키울 수 있는 이유이다.


요즘 아이를 너무 안 낳는다고 뭐라고 하는데, 너무나 이해된다. 돈 잘 버는 여자들이 자신의 일과 취미 활동은 포기하면서까지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건 어쩌면 너무 당연하다.


올해 5월에 일본인 친구 한 명이 딸을 출산했다. 그것도 43살 노산으로 첫 출산이었다. 아주 잠깐 셋째에 대한 욕심이 생겼었다. 아직도 아기가 너무 좋고, 갓난아기를 안았을 때의 그 느낌, 아기의 꼬숩한 냄새, 내 젖을 찾는 그 입망울과 얇고 부드러운 머리카락,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 그런 것들.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더 그리운 것들이다.


하지만!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 난 이제 더 이상 내 시간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걸.

아이 둘 만으로 충분하다. 만족한다. 딸이 없는 게 아쉬울 때도 있지만, 아들도 좋다.


셋째는 무리다. 두 아이와 여기저기 여행 다니면서 글도 쓰고 그렇게 생활을 이어나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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