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가늘고 긴 꿈이 있어 -13

나만 연연하는 그림일기 - Sad folder something(1)

by 제인

당신, 잘 지내고 있나요.

살다 보니 가끔 당신 생각이 나더라고요.

왜인지는 모르겠어요.

이따금 기억 속의 그때로 영문도 모르고 거슬러 올라갈 때가 있다더라고요.


당신을 만나고 일주일쯤 지났을 때

빅데이터 센터에서 '쎄해쎄해' 경고음을 보내더라고요.

쎄할 땐 토끼는 게 답이긴 한데,

그때의 저는 속도가 떨어지지 않는 바이킹에 올라타 있었고 맨 끝에 앉아 냅다 비명만 지르고 있을 때였죠.

전 바이킹에서 내릴 수가 없으니 나름의 살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더 꼿꼿한 사람이 되어야 했어요.

왜, 어른들이 올바른 행동을 하며 좋은 본보기가 되어주면 아이들 행동 개선에 효과적이라잖아요?

그렇지만 우리는 어른이니까, 스스로 깨닫기 전에는 변화가 어렵다는 걸 알았죠. 당신에게 변화를 기대했다기보다는 '나라도 그러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당신과의 불편했던 추억을 회상하다 보니,

오답노트의 문제를 풀며, 제가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모든 만남에 헤어짐이 있다는 게 다행이기도 했고요.

게다가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지 않고 헤어졌으니 훌륭한 마지막이었다고 생각해요.


전 요즘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고양이를 그려 보았는데

잽싸게 도망치고 싶었던 그때의 제가 생각나더라고요.


저는 당신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지, 생각하지 않을래요.

이 일기는 저만의 것이니까요.

우리의 추억을 ‘Sad folder something‘에 다시 저장해 둘게요.

그럼, 안녕.

도망쳐, 고양이! 06-Oct-2025

오늘의 그림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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