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연연하는 그림일기 - 기묘한 이야기, 그리고 주절주절
중학교 때였다. 학교에서는 방학 기간에 야외체험활동을 진행했는데, 어딘가로 떠나는 것이 아닌 학교 운동장에 직접 텐트를 치고 야영 체험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부모님의 허락 하에 친구와 함께 참가했다. '공식적으로 외박을, 그것도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서!'라니 얼마나 매력적인 활동이란 말인가.
그날, 친구와 나는 텐트 안에서 뒹굴거리며 봉지 과자와 음료수를 놓고, 가져온 만화책을 보며 오후 시간을 보냈다.
어둑해진 시간, 선생님들은 운동장 한가운데서 캠프 파이어를 위한 준비를 하고 계셨다. 우리는 근처를 돌아다니며 쌀쌀해진 날씨에 '으으으 추워!' 라며 서로의 팔짱을 꽉 꼈다. 그때 음악 선생님이 우리를 불러 세웠는데, 음악실에 선생님의 운동화가 있는데 그걸 좀 가져 다 달라는 거였다. 다 크고 나서 생각해 보니 그 부탁 자체가 기묘하지 않나. 나는 사실 내키지 않았다. 불 꺼진 학교도 무서운데, 안에 들어가라니. 친구는 선생님의 부탁이니 가자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 우리는 중앙 현관을 가로질러 음악실이 있는 6층을 향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2층, 3층, 4층, 그런 때가 있지 않나. 왁자지껄하다가 어느 순간 적막이 찾아오는.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복도 끝에 있는, 열린 화장실 문 사이로 막대 걸레를 빠는 공간에 있던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던 물소리만 크게 들렸다.
불면에 시달리는 밤 벽시계의 초침 소리가 크게 들려 거슬릴 때처럼, 그때의 물 떨어지던 소리가 그랬다. 우리는 6층으로 오르기 위해 계단을 밟았다. 빠르게 걷는 것도 무서워 일정 템포에 맞춰 걷고 있었다. 음악실 앞에 선 우리는, 이제 다 끝났다. 운동화만 빨리 챙겨 가자며 서로의 손을 붙들었다.
음악실 뒷문으로 들어서는데, 바람이 살랑 불었다. 그러니까 그럴 리가 없는데 바람이 볼을 스치고, 그 때문에 머리카락이 날린 것이다. 누가 교실 정리를 하지 않은 것인지, 창문이 열려 있었다. 속으로 주번 누군지, 나가서 보자며 구시렁댔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가만히 우뚝 선 친구는,
"저기 커튼......"
"커튼?"
"뭐가 있는데? 여잔 것 같은데?"
나는 고개를 들어 오른쪽 대각선 쪽을 보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 그 뒤로 키가 큰 여자가 서 있었다. 선생님인가? 아니면 학생인가? 그러면서 등줄기에 소름이 돋아 오른발을 뒤로 뺐다.
그 여자는 머리가 아주 길었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이 하늘거려 그게 무릎까지 오는 머리카락으로 보이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녀가 뒤를 돌자마자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뒤 돌아 뛰기 시작했다.
3층,
2층,
1층.
중앙 현관을 지나 운동장의 축구 골대까지 숨도 쉬지 않고 내달렸다.
"봤어? 봤어?"
"너도 봤어?"
그녀는 얼굴이 없었다.
없었는데, 분명 없었는데 미소 짓는 것 같았다.
우리는 다시 뛰어 텐트로 기어 들어갔다. 둘이 숨을 가다듬고 다시 나와 선생님께 심부름을 못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있었던 일을 얘기했지만, 누가 그 말을 믿어줄까. 그저 심부름이 하기 싫어 핑계를 대는 아이들일 뿐이었다.
친구와 나는 한동안 그 얘기를 하지 않았다. 얘기를 하고 싶어도, 그때마다 기묘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서 기분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공포감에 휩싸여 헛것을 봤을지도 모른다. 커튼이 사람의 실루엣을 만들어 냈을 수도 있다. 바람이 불어 그 실루엣이 돌아본 것처럼 보였을 거고, 당연히 얼굴이 없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편해졌다. 잘못 봤다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정신 건강에는 좋았다.
그럼에도 '그렇게 생각하니'라고 붙이는 것은
내가 본 것이 확실히 커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만,...... 됐다.
겨울이 오면 생각나는 추억이다. 일기를 쓰면서, 또 으스스해져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 있다.
분위기 전환을 해보자.
오너먼트를 그려보았다. 12월은 아직 오지 않았는데, 어떤 곳에서는 대형트리가 벌써 설치되었고, 캐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다양한 색연필이 없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몇 색으로만 그렸다. 예전의 나였다면 시도에 앞서 장비부터 사들였겠지만(하하), 이제는 일단 있는 걸로 해보자로 바뀌었다(세상에). 최대한 느낌만 내보자고 시작했는데 다시 그려보고 싶다(결국 색연필을 사는 것인가).
옆에 있는 토토로들과 먼지인형, 화분은 클레이로 만든 것이다. 눈이랑 수염 붙이면서 '아오! 이번엔 제발!' 외쳤던 게 생각난다.
'숲의 정령님, 로또 되게 해 주세요' 라며 헛소리를 시전하고 있는 요즘, 선물 같은 귀인이나 진짜 선물이 와줬으면 좋겠다고 욕심을 내본다(정신 차리자). 남은 11월, 더 가열차게 .

그림일기 글이 올라오면 읽어 주시는 분들이 꽤 고정적이었다.
갑작스럽지만, 14회째 들어 여러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려본다.
기묘한 이야기로 시작해 감사 인사로 끝을 맺는, 이게 뭔가 싶은
오늘의 그림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