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가늘고 긴 꿈이 있어 -19

나만 연연하는 그림일기 - 길을 잃어도 괜챃아

by 제인

11월부터 쓰기 시작한 그림일기가 벌써 19번째라니, 그리고 12월이라니(하우 타임 플라이즈).


나는 목표를 세우지 않는데, 언제나 1월에만 열심히 했기 때문에 아예 세우지 말자로 생각을 바꿨다(하하).

올해 뭐 했지 돌이켜보면 ‘와, 목표 세운 거 하나도 안 했어!’ 절규하며 핑곗거리를 찾아 헤맨다. 그러나 굳이 멀리가서 헤매지 않아도 마음이 없었으니까 안 했지….


오늘은 비 오는 날의 토토로를 그려보았다.

이제 토토로를 그려도 토토로 같이 생겼다는 것에 스스로 뿌듯하다. 펜으로만 그리려다 색을 살짝 넣고 싶어서 아주 소심하게 덧칠해 보았다. 아직은 여기서 뭘 더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어도 주춤하게 된다. 실패해도 괜찮다니까?라고 뱉으면서 아니야, 여기서 끝내자 라며 뒤로 물러선다.


도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나 혼자 여행’을 하루 정도 할 수 있어 미리 지브리 박물관을 예약했고, 꿈같은 하루를 보냈었다.

일본 지하철이 신기했던 게, 지브리 박물관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는데 환승을 위해 내리지 말고 기다리면 표지판의 행선지가 바뀐다는 사실이었다. 거기서부터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어 올라간 입꼬리가 쉽게 내려오질 않았다. 역에 내려서 버스티켓을 구입하고 기다리니 고양이 버스가 태우러 왔다. 버스에서 내려 기대감 가득한 눈으로 서 있는 많은 사람들과 줄을 서서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박물관에 이런 말이 있었다.

[길을 잃어도 괜찮다]

좋았어. 아무렇게나 다녀봐야지.


안에서는 사진 촬영이 되지 않는데, 그래서 더 좋았다. 온전히 주어진 시간을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어서 내내 다물어지지 않는 입을 두 손으로 가리고 다녔다.


역으로 돌아가는 건 버스 대신 산책하며 걸어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동네를 슬슬 걷기 시작했는데 버스 정류장 안내판도 토토로의 귀여운 얼굴이어서 떠나오면서도 내내 싱글벙글했다. 기회가 된다면 또 가보고 싶은 곳이다.

토토로 토토로

12월에는 어떤 일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잘 보내줄 수 있도록 안녕과 안녕의 마음을 길러야겠다.

올해는 너무 많은 감정에 빠졌던 해라, 헝클어진 마음을 다듬으며 정리하고 싶다(롤코 그만 타자).


덧. 그림일기를 보러 오신 모든 분들, 12월도 무탈하게, 힘들 거라면 이겨낼 수 있을 만큼 힘들고, 적당한 수준으로 아프고, 의아할 만큼 돈 많이 버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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