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가늘고 긴 꿈이 있어 -18

나만 연연하는 그림일기 - 그때도 나였고, 지금도 나다

by 제인

나는 올해 한 편의 장편소설과 한 편의 단편소설을 공모전에 투고했고, 고배를 마셨다.

글을 쓰면서 내가 이 소설을 쓰는 이유, 내가 이 공모전에 투고하는 이유, 그래서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물었다. 그러면서 한계를 느꼈고, 자신이 없어졌고, 단어 하나도 쉽게 선택할 수 없었다.


공모전 마감을 앞두고 자신감이 바닥을 쳤을 때, 마지막 챕터를 마무리하지 못해 소설 속에 갇혔을 때 과거에 내가 썼던 소설들을 읽어보았다.

글을 쓰겠다고 책상 앞에 앉아 열두 시간을 보냈던 날, 나는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들려주고 싶어서, 그리고 내가 읽고 싶어서.

그땐 무슨 생각으로, 이런 문장을 썼고 이런 내용을 주제로 했는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떤 마음이 다른 걸까.


[매화의 아이들] 연재가 끝을 향해 달리고 있고, 다시 읽으면서 보충해야 할 이야기들을 구상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빈 종이를 채운다는 것이 무엇인가. 용케 채워낸 것은 누군가에게 가 닿을 것인가.

나는 두 편의 소설을 썼다. 내 글을 썼다는 사실,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내 목표는 이룬 셈이다.

선택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면, 더 열심히 그곳을 향해 가면 되는 것이다.


요즘은 틈날 때마다 스케치북에 그리기 연습을 한다. 사물을 보는 법, 형태를 보는 법, 빛과 그림자를 관찰하고, 좀 더 단순하게 표현하는 법을 연습하고 있다.

그리다 보면 채워진다. 길이 생기고, 계단이 만들어지고, 차가 지나간다. 이야기가 되어간다.

그리다 보면 글이 쓰고 싶을 때가 있다.

글 속의 사람들은 어떤 풍경 속에 서 있나 상상해보기도 한다.

글과 그림 모두 나를 돕고 있는 셈이다.

IMG_3806.jpeg 차근차근, 그려 그려

오늘은 꼬꼬무를 보면서(하하) 작년에 다녀온 전동성당을 그려 보았다. 빈 공간에 선을 긋는 게 이제 처음처럼 두렵지는 않다. 선을 잘못 그은 그림도 그 위에 다른 것을 채워 넣거나, 아니면 다시 그리면 된다.

그게 어디인가.


다시 할 수 있다는 마음만 놓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IMG_3810.jpeg 전동성당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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